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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잡는 산은...깊어지는 정부 시름 [산은 기업구조조정 흔들]④컨트롤타워 금융위 뾰족한 수 못내 '발 동동'..현대그룹에 '유탄'

윤동희 기자공개 2015-11-12 12:25:39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1일 1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던 산업은행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자청한 금융위원회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함께 발만 구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이 '갈피를 못 잡는다'는 지적은 현대그룹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힘을 얻는다. 현대그룹은 지난 9월 기준 목표액 3.1조 원 중 2.6조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했지만 현대증권 매각 실패로 행로가 틀어졌다.

자구계획 추진에 박차를 가하던 산업은행은 거래 무산 직후 "그간 현대그룹이 열심히 자구계획을 추진한 만큼 내년 초가 되든 현대증권 재매각까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가, 최근에는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추가 자구계획을 연말까지 제출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한달 새 기류변화가 생긴 것이다.

산업은행의 오락가락 행보는 은행 내부적인 사정과 함께 이 정책금융기관에 명확한 지침을 전달하지 못하는 정부의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만들었다. 금융위가 주축이 돼 기재부와 산업부 등 취약산업의 주무부서를 소집, 구조조정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기구다. 부처내 협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구조조정 방향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주체는 금융위다.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컨트롤타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금융위는 협의체 구성 한달 만에 잇따라 불거진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설이나 현대상선 꼬리 자르기 이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논의는 했지만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언급한 것일 뿐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협의체의 역할은 산업분석에 그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사무처장은 "단순 아이디어 수준의 대안 등이 비중 있게 보도될 경우 대안 선택에 불가피한 제한과 불필요한 혼선이 발생한다"며 보도 자제만을 요청할 뿐이었다. 심지어 금융위 담당관은 "합병 안을 누가 언제 건의했는지 조차 모른다"고 응답했다.

금융위가 산업분석에만 매진하겠다는 태도는 표면적으로는 채권단에 칼자루를 쥐어주기 위해서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산업재편에 관여할 법적 근거도 없고 직접 나서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제소당할 여지를 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정부개입 없이 시장 자율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당위론도 이 논리의 뒤를 받쳐준다.

하지만 금융위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극도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금융위 내부적으로 산업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해결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특히 실체나 조직이 확실하지 않은 서별관회의의 입김에 전체 구조조정 지휘체계가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정부내 협의체가 수술 대상으로 삼은 요주의 업종은 해운, 철강, 화학, 건설, 조선업 등 5개다. 취약업종이긴 하지만 모두 국내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는 부문이다.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해당 안건은 금융위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비공식적이지만 서별관회의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서별관회의는 정부부처 중 금융과 경제정책에 대한 긴급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다. 청와대 서쪽 영빈관 옆 건물에서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별칭이 붙여졌다. 회의의 참석자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다. 회의주재자는 부총리다.

업계 관계자는 "서별관회의는 공식적인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고 기업 구조조정 이슈만을 들여다 보는 것도 아니라서 안건 내용의 적합성을 따져 예스/노(Yes/No)의 답만 주는 형태"라며 "금융위도 구조조정과 관련해 안건을 여러 차례 올려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차원의 안건을 수차례 올렸지만 번번이 승인을 거절당하고 재차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스스로 의문을 품기 시작했을 거란 관측이다. 금융위도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과 관여 정도·범위, 실행 계획에 확신을 갖지 못해 최근과 같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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