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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매각설' 현대그룹, 구조조정 2년 성적표는 2.6조 자구안 실행, 부채 2조·부채비율 307%p 감소

김창경 기자공개 2015-11-11 08:41:53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0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이 합병·매각설에 휩싸이며 해운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 2년여가 흘렀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라고 하지만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계획안을 빠르게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매각설과 합병설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말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당시 현대상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2008년 284%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2011년 404%, 2012년 720%로 거듭 상승했다. 2013년은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1186%로 가장 높았던 해다. 자본이 7000억 원인데 반해 부채가 8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안 이행을 통해 3조 3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중 현대상선 자본확충 및 자산 매각 등으로 마련할 금액이 전체의 80%에 가까웠다.

'말 잘 들은' 현대그룹, 구조조정 2년 성적표는

현대상선은 지난해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알짜 사업부였던 LNG전용선 사업부를 IMM 프라이빗에쿼티에 97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얼마 후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도 3000억 원에 처분했다. 과거 유상증자 및 해외투자유치 6000억 원, KB금융지주 등 자산매각 4500억 원, 컨테이너 매각 1200억 원 등을 포함하면 매각가 기준 약 2조 6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구조조정 시작 이후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는 조금씩 개선됐다. 2013년 말 1186%였던 부채비율은 2014년 960%로 226%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들어선 지난 상반기 기준 878%까지 떨어졌다. 2013년보다 부채가 2조 원가량 줄었다. 여기에 지난 3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2373억 원의 유상증자를 성사시킨 점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선 자구계획안에 없던 자금 조달도 성사시키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0월 150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현대상선은 1500억 원 중 806억 원을 올 하반기 선박금융원리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3000억 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발행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BW를 발행했고, 지난 10월 올해 마지막으로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는 신속인수제를 통해 처리하면서 사실상 올해의 차입금 상환을 완료했다"며 "내년에도 회사채 5360억 원 등 총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갚아야 하지만 영구CB, 만기 연장, 신속인수제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현대상선이 마련해야 하는 금액은 올해와 같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최근 2년 채권단과의 약속을 어느정도 이행했고 추가자금 마련에도 적극적이었지만 현대상선 매각설과 한진해운과의 합병설에 시달리고 있다. 6500억 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정부가 한진해운에 현대상선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정작 인수 대상인 현대상선은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채권단, 기업 간의 입장 불일치로 현대상선만 얼라이언스 멤버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해운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에 실패했지만 현대상선이 자구계획안에 없던 방안으로 4500억 원을 마련한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다"며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상선이 실제 쥐게 될 금액은 2000억 원으로 현대증권 매각 실패가 현대상선의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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