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구조조정 지휘라인 문제없나 [산은 기업구조조정 흔들]⑤홍기택-정용호-정용석 라인 흔들…내부서 '전문가' 임원 없다는 지적도
안경주 기자/ 윤동희 기자공개 2015-11-12 14:38:22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2일 12: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STX그룹 구조조정과 동부그룹 구조조정에서 연이어 실패한데 이어 해운업 구조조정에서도 잇따라 실패할 듯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산업은행 구조조정 지휘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현재의 구조조정 지휘 체제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말 정책금융공사와의 합병을 계기로 통합산업은행 인사를 하면서 마련한 구조다. '홍기택 식(式) 구조조정 라인'인 셈이다.
홍기택 회장 아래서 구조조정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은 형식상 정용호 기업금융부문장(부행장)이다. 정 부행장은 지난 8월24일부터 기업금융부문을 맡았다.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기존 부문장이던 송문선 부행장과 자리를 맞바꿨다. 회장 직속으로 이전에 구조조정실장을 맡던 류희경 전무이사(수석부행장)가 있지만 전(全) 부문을 총괄해 대외적으로 정 부행장이 헤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조조정 지휘체계를 따지자면 구조조정본부를 직접 관할하는 것은 정용석 본부장이라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본부는 기업금융부문 산하에 있다. 정 본부장은 1989년 입행한 후 1998년 특수관리실(현 기업구조조정실) 시절부터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팬택과 한창제지 등의 구조조정 실무와 2010년 금호아시아나계열 경영지원단 팀장을 거치면서 여러 기업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아봤다.
정용호 부행장은 1988년 입행해 조사, 국제, 인사 등의 업무를 주로 맡는 등 정 본부장과는 다른 루트를 걸어왔다. 이 같은 경력 탓에 노하우를 갖고 구조조정 업무를 관장하는 건 정 본부장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달 열린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도 정 부행장은 당시 인사말 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정 본부장은 홀로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기자 질의에 답하는 형태를 취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선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금융부문장 자리가 STX·현대·한진·동부 등 대기업 계열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정작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임원(부행장)은 없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기업금융부문장을 맡고 있는 정 부행장이 기업금융과 관련한 경험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현 구조조정 지휘체계의 약점으로 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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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구조 측면에서도 구조조정 업무를 반드시 구조조정본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빈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본부는 기업구조조정1실과 2실로 나뉘어져 있다. 최근 이슈가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 조선사를 담당하는 곳은 1실로 지난해 말부터 유현석 실장이 맡고 있다. 2실은 지난 7월부터 이종철 실장이 담당하고 있다. 동부·보광계열, 건설업종 회생절차 등을 맡고 있지만 구조조정 중인 동부를 제외하고 사회적 관심을 상대적으로 1실에 비해 덜 받고 있다.
기업구조조정1실은 지난해 말부터 유현석 실장이 맡고 있다. 최근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팀은 조일래 팀장과 양재호 부부장이 맡고 있는 CR3팀이다. 3팀은 금호아시아나 계열을 관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구조조정본부에서 아직 총괄하고 있는 상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올해 말까지 금호산업 인수 잔금납입을 마치면 관리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어 업무가 다른 부서로 이관될 것으로 전망된다. CR3팀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지난 6년여간 진행해 오면서 경쟁 은행이나 일부 대기업 등과 크고 작은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CR팀 외에 1실 안에는 조선업정상지원단이 별도로 설치 돼 있어 강병호 단장이 이끌고 있다. 지원단은 지원1팀과 2팀으로 나뉘어 박동상 팀장과 임정주 팀장이 STX계열과 대우조선해양계열을 담당하고 있다. 지원단은 당초 STX계열만 맡았으나 대우조선 부실로 관련 업무가 구조조정본부로 이관되면서 조선업정상화 지원업무로 확대됐다.
하지만 주요 취약업종으로 꼽히는 해운업과 관련해 업무를 보는 곳은 기업금융실이다. 정 본부장에게 직보하지 않는 체계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대그룹과 한진그룹 선제적 구조조정 등 해운업 구조조정 업무는 기업금융실에서 맡고 있다. 현재 정상기업으로 분류되는 탓에 구조조정본부에서 담당할 수 없다.
기업금융실은 총 4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은 기업금융2실에서 맡고 있다. 부서를 총괄하는 김홍태 실장은 지난해부터 두 회사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맡아왔다. 직전에는 기업구조조정부장으로 류희경 수석부행장과 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했던 경험이 있다.
사실 산업은행 구조조정 지휘라인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갑질' 논란이 이는 등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었다. 구조조정 라인에 있는 임·직원들이 장기간 업무를 맡아오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국회의원 보좌관과의 마찰 사건이 있다. 지난해 워크아웃 중인 금호타이어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산업은행에 자료를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과정에 특혜시비가 이어지자 실사보고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자료 제출을 거부했는데 계속된 요구에 해당 간부가 보좌관에 막말을 해 갈등을 키웠다. 결국 해당 부장은 대기발령을 받았으나 불과 두 달만에 승진 복귀하면서 인사 적절성 논란까지 낳았다.
구조조정 지휘라인 지적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홍기택 회장-류희경 수석부행장-정용호 부행장-정용석 본부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 지휘체계에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관련 기자간담회 당시 정 본부장이 세부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정 부행장 역시 구조조정 업무를 빠르게 파악,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임원회의 등의 보고에서 정 부행장을 배제하고 이뤄지지 않는다"며 "구조조정 지휘라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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