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남긴 것 뚝심 R&D 투자로 품질 강화…전장부품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일궈
이경주 기자공개 2015-11-30 08:24:18
이 기사는 2015년 11월 27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 오너인 구본준(사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2006년 혹독한 평가를 받고 LG디스플레이 대표 임기를 마쳤다. LGD가 그해 9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탓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구 부회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LGD 실적이 몰라보게 개선되기 시작하더니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석권할 정도로 승승장구 했기 때문이다. 배경엔 2000년대 중반 구 부회장이 실적악화 속에 과감히 단행한 파주공장 투자가 있었다.구 부회장이 LG전자를 5년 만에 떠난다. LG전자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과거와 비슷하다. 하지만 현재보다 구 부회장이 일궈 놓은 사업들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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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26일 2016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구 부회장이 LG전자에서 지주사 ㈜LG로 이동해 그룹의 신사업을 총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앞으로 소재, 부품, 자동차 부품, 에너지사업 등 신성장사업을 발굴하고 고도화 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LGD를 떠나 지난 2007년부터 LG상사 대표로 일하던 구 부회장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초기 대응 실패로 위기를 겪자 지난 2010년 말 LG전자에 소방수로 나섰다.
구 부회장이 주력한 것은 연구개발(R&D)이었다. ‘품질이 좋으면 결국 사게 돼 있다'는 창업주의 소신을 LG전자에서도 이어갔다. 실적이 악화되도 R&D비용은 되레 늘리는 '뚝심' 투자였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매출이 55조7500억 원에서 2012년 50조9600억 원으로 5조 원 정도 줄었지만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는 2조4800억 원에서 3조1649억 원으로 늘렸다. 2013년부터는 매출이 회복되자 연구개발비도 더 많이 늘렸다. 그 결과 LG전자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 2010년 4.4%에서 올해 3분기 6.4%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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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같은기간 LG전자 영업이익률이 0.5%에서 3.5%사이 수준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구 부회장의 R&D 의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시장 관계자들은 LG전자의 제품력이 경쟁사보다 오히려 우수할 때도 많은 것으로 본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G시리즈의 카메라와 음향성능을 훌륭히 평가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것이 쉬운 예다. 그럼에도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경쟁사들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 LG전자 재평가 계기된 ‘VC사업부' 신설
올해 초 신설된 VC(전장부품)사업부는 구 부회장 작품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13년 계열사인 LG CNS의 자회사로 자동차 부품 설계를 대행했던 V-ENS(브이이엔에스)를 LG전자 내 전장부품을 담당했던 EC(Energy Components)사업부와 통합시켰다. 더불어 인천 청라지역에 3100억 원을 투입해 본부를 설립했다.
역량이 결집된 VC사업부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 GM에 핵심부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LG전자를 재평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LG전자 주가는 올해 초 4만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GM 수주 발표를 계기로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5만6000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 이젠 전문경영인 몫
구 부회장의 빈자리는 LG전자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사장과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사장이 채운다. 이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나란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기존엔 비등기임원으로 이사회 멤버가 아니었다. 이제 전문경영인에게 완전히 힘을 실어 주겠다는 뜻이다.
두 사장은 모두 사내에서 ‘전설'로 불리는 베테랑들이다. 조준호 사장은 지난 2004년 MC사업부 북미법인장을 맡으며 4년만에 LG전자 휴대폰을 3위에서 1위로 끌어올렸다. 조성진 사장은 일명 ‘세탁기 왕'으로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기술을 개발해 LG전자를 세탁기 세계 1위로 만든 1등 공신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행보를 되돌아보면 외부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오너로써 해줘야 할 일들을 결단력 있게 추진해 왔고 이는 전문경영인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며 "LG전자가 비록 지금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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