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NPL 매각자문 노린 회계법인들의 '경쟁' [한국의 NPL시장]⑦6조 안팎 시장에 전략적 접근…치열한 경쟁에 틈새시장 관심 '부쩍'

강예지 기자공개 2015-12-07 16:22:48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1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NPL) 시장은 회계법인에게도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다. 주요 은행이 매각하는 연간 6조 원 안팎의 시장에는 삼일PwC와 삼정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 소위 '빅4'와 회계법인 예교와 예일회계법인 등 토종 회계법인들이 매각자문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토종 회계법인들이 부실채권 매각자문 으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쌓으며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빅4가 지배하는 은행 NPL 시장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다만 2010년 전후로 부실채권 시장이 커지면서 토종 회계법인들도 이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여지가 생겼다. 주요 은행에서 자문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채무조정채권 시장 등 틈새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자문사도 많아졌다.

◇빅4 '엎치락 뒤치락'…토종 회계법인의 약진

1일 더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 시장에서 삼정KPMG는 1조 6497억 원의 부실채권 매각자문을 수행해 시장 점유율 31%를 기록했다. 삼일PwC는 삼정KPMG에 이어 시장점유율 23%, 2위를 기록했다.

삼정KPMG와 삼일PwC는 부실채권 매각자문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회계법인이다. 두 회사는 국내 부실채권 시장 태동기라 볼 수 있는 외환위기 직후 매각자문을 했고, 수많은 키맨을 배출했다. 특히 삼정KPMG는 부실채권 평가모형으로 은행과 투자자 사이에 전문성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자의 핵심 인력에는 두 회사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삼정KPMG와 삼일PwC의 양강 체제에 조금씩 금이 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삼정KPMG와 삼일PwC가 주춤한 사이 딜로이트안진이 2013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빅4'가 매분기 왕좌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로컬법인인 예일의 꾸준한 약진도 눈에 띈다. 예일은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26%로 올라서며, 1위 삼일PwC의 뒤를 불과 3%포인트 차이로 바짝 쫓았다.

부실채권 시장을 소위 '키맨(Key man)'이 움직이는 시장이라 일컫는다. 자문사의 경우 클라이언트인 은행과의 빠르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폭넓은 투자자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력의 전문성과 조직 규모, 낮은 회전율이 관건이다. 자산 평가부터 투자자 모집, 경매의 모든 과정까지 매분기 진행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맨의 이동은 자문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삼정KPMG는 조직 정비기간 중이었던 2013년 점유율 4위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1위를 탈환했다. 삼일PwC와 EY한영 등도 '허리'에 해당하는 매니저 또는 담당 헤드의 이직으로 점유율 변동을 겪었다. 최근 EY한영은 딜로이트안진 출신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시장 점유율 회복 가능성을 높였다.

◇예교·예일 등 두각…은행권 진입장벽 여전히 높아

국내 토종 인수합병(M&A) 자문사인 두우컨설팅이 만든 예교는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 자문사로 이름을 알렸다. 부실채권 투자 1세대로 꼽히는 김정열 대표와 이상민 전무 등 부실채권 시장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창립 멤버다. 매각·매수자문과 자산유동화 등 부실채권 관련 업무를 넓게 다루고 있다. 우리종금증권과 OK저축은행 등 최근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매수 자문사로 예교를 택했다.

대형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30여 명의 전문팀을 운영하는 예일도 최근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2013년 점유율 10.9%을 기록한 예일은 지난해에는 점유율 18%, 3위로 올라서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을 앞질렀다. 약한 브랜드때문에 초기 고전했던 예일은 실무진의 전문성과 자문실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컬 회계법인들이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권에서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예교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6%로 4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대신 예교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네트워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로컬법인이 인지도를 쌓기는 했지만 주요 은행은 신규 법인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으로, 일각에서는 자문사 풀(pool)의 경직성을 시장 발전의 한계로 꼽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딜이 크기 때문에 자문사 선정시 조직규모와 안정성, 평판 리스크 등을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최근 채무자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은행권 경각심이 커졌는데, 대형 조직의 시스템을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수료 20~50bp선…경쟁 치열해지자 틈새시장으로

부실채권 시장이 커진 2010년 전후로 회계법인들이 이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구조조정과 재무자문 담당 부서의 일부로 여겨졌던 부실채권 자문업무를 따로 떼어내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고객별로 전담팀을 두고 여러 은행을 집중 커버하도록 하는 식이다.

부실채권 매각자문 수수료는 은행별 그리고 딜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담보부채권의 비중이 클수록 높다. 통상 낙찰가의 20bp 안팎에서 많게는 50bp 수준에서 수수료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실채권 매각자문에서 발생하는 연간 수수료 규모는 150억 원에 못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부실채권 자문은 딜레마를 일으키기도 한다. 전문인력 투입비용이 크고 업무강도가 상당히 높은 대신, 경매과정을 마치기 까지 약 6주의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정형화된 업무를 소화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 큰 리스크가 없다는 평가다. 투입비용 대비 수익이 그리 많지 않지만 고객들과의 장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대형 회계법인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자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자문사도 많아지는 추세다. '틈새시장'으로 알려진 개인신용회복채권(Credit Counselling and Recovery Services·CCRS)와 회생채권(Individual Rehabilitation Loan·IRL) 자문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주로 2금융회사들이 꾸준히 물량을 매각하는 채무조정채권 시장에는 현재 딜로이트안진과 예교, 삼정KPMG, 삼일PwC 등이 매각자문사로 활동하고 있다.

clip20151130130743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