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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영구채도 자본성 제로..차입부담만 상승 과도한 스텝업, 후순위성 無…재무구조·신용도 역효과

이길용 기자공개 2015-12-29 08:15:42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4일 16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발행한 외화 영구채도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자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구채를 자본으로 회계 처리하는데만 방점을 두면서 신용평가 측면에서 자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제표 상으로는 재무구조가 개선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입 부담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 3억 달러(약 3503억 원)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며 이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발행일로부터 3년이 되는 시점에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콜옵션을 포함시켰다.

대한항공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3년 후 최초이자율에 연 4% 금리를 가산한다. 발행 5년 후 대한항공이 조기상환을 하지 않을 경우 3년 후 이자율에 연 3% 금리를 더 얹는다. 이 정도의 스텝업 조항이면 사실상 영구채의 성격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프라이싱 결과 발행 금리는 미국 3년 만기 국채 금리(3T)에 13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최종 쿠폰 금리는 2.513%다.

대한항공 외화 영구채는 수출입은행이 보증을 제공했다. 대한항공 자체 신용도로는 외화채권이 어려운 만큼 수출입은행이 전액 지급보증에 나서 신용을 보강했다. 무디스는 이 채권의 신용등급을 수출입은행의 등급과 동일한 'Aa3'로 부여했다.

대한항공 영구채는 회계상 100%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051%다. 3억 달러 규모가 자본으로 확충될 경우 부채비율은 897%까지 떨어진다.

문제는 대한항공 영구채가 자본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스텝업(Step-Up) 수준으로 국내외 신평사들로부터 자본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3년 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6.5%에 달하고 5년 후에도 조기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금리가 9.5%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3년 후 상환을 강제하는 조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자본 인정의 핵심인 후순위성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데 집중해 후순위성을 포기하고 선순위 조건으로 영구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 지급 이연이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배당이 불가능해 자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자본시장(DCM)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영구채를 3년 만기 수출입은행 보증채와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회계상 자본을 확충하는데 성공했지만 실질적으로는 3억 달러 규모의 차입금을 늘린 것과 같다. 회계상으로는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차입 부담은 늘어나 신용도는 오히려 저하됐다는 지적이다.

두산중공업도 자회사 자본확충을 위해 수출입은행 보증으로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채권도 후순위성을 확보하지 못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외화 채권 발행이 어려운 대한항공과 두산중공업이 수출입은행 보증으로 잇따라 영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수출입은행에 보증 제공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출입은행은 더 이상 영구채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영구채는 3년물 보증 선순위채와 다를 바가 없다"며 "회계상 부채비율을 1000%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신평사의 자본성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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