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27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의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여야가 교착상태에 빠지며 이달 내 기촉법 개정안 처리는 요원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주재로 만든 운영협약이 내달부터 시행되지만 한계가 분명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선(先) 민생 후(後) 선거라는 기존의 입장을 갖고 (오는) 29일 전까지 민생법안과 경제법안을 통과시켜낸 후에 선거법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쟁점법안을 먼저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나서 선거구 획정 협상을 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에 새누리당이 동의해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1월 내 법안 처리를 기대했지만 정작 29일 본회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촉법은 여야가 합의를 본 사항이긴 하지만 북한인권법이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처럼 별도로 처리될 수 있는 사안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기촉법과 대부업법은 여당 의견에 따라 기타 쟁점법안과 함께 패키지로 통과시켜야 하는 대상에 포함돼 있다. 기촉법 개정안 통과는 당분간 요원해진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 말 대부분의 C등급 기업이 구 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신청을 하지 못한 기업 3개 중 한 군데는 내달부터 시행하는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에 따라 절차를 밝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2~3개월 뒤부터 실시될 신용위험 평가 전까지는 기촉법이 마련돼 있어야 구조조정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8일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안'을 제정했다. 협약 전문은 협약 시행일인 내달 1일 공개될 예정으로 대부분 구 기촉법과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촉법 개정안처럼 전체 채권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기존 기촉법과 같이 은행 간 협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협약만으로는 비은행 채권자까지 아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기·수시 신용위험 평가결과 C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기업은 기촉법 실효 전인 지난달 말로 대부분 워크아웃 신청을 마쳐 당장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3개 기업이 워크아웃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협약을 따르기로 한 기업 1개를 빼고 나머지 2개 기업은 각각 법정관리와 자체 유상증자 등의 자구책을 선택하기로 했다.

문제는 상반기마다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7월 중순 채권은행의 상반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정한다. 기업들은 통상 C·D등급을 판정받기 전인 4~5월 경 워크아웃을 미리 신청하는데 이때 기촉법이 워크아웃 신청의 근거가 된다. 최소 4월 전까지는 기촉법 개정안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4.13 총선일정을 고려하면 법안 처리 시간이 촉박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 전문 업체와 같이 비은행 채권자들을 운영협약만으로 규제할 수도, 금감원이 통제할 수도 없다"며 "기촉법 실효 상태가 길어질수록 혼란 가중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