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채권, 브라질과는 다르다" [새로운 투자처, 인도] ②한국證 주력, 당분간 저금리·고성장 기대
박상희 기자공개 2016-02-03 13:52:55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9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인도가 부상하면서 인도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인도 채권을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곳은 국내 증권사 중에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NH투자·삼성증권 등 대형증권사들도 인도 채권 판매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인도 관련 상품은 대부분 간접 투자 형태의 펀드 추천에 그치고 있어, 인도 채권 직접 판매가 가능하게 되면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메리트가 커진다는 판단이다. 다만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본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많아 환 오픈 형태인 루피화 채권 투자에 대한 거부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 한국증권, 인도 채권 단독 판매…약 54억 실적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은 지난해부터 4개 종류의 인도 채권을 판매해 오고 있다. 인도수출입은행, 인도철도금융공사, 마하나갈통신 등 4종을 판매 중이다. 대부분 공사채거나 정부가 지급 보증을 서 사실상 국공채와 같은 수준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우량 회사채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도수출입은행 채권은 만기가 여러 종류여서 만기가 다른 채권까지 감안하면 판매하고 있는 채권 종류가 5개 정도가 된다"면서 "이 중 마하나갈통신 등 일부 채권은 조기에 물량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증권에서 판매된 인도 채권은 약 54억 원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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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증권과 유안타증권에서 인도채권을 판매한 적이 있지만 이 채권은 국내 수출입은행이 국내에서 사모로 발행된 루피화채권이었다. 인도 공사나 회사가 인도 현지에서 발행한 루피화 채권을 직접 떼다 개인투자자에게 '셀 다운(sell down)' 하는 형태는 한국증권이 처음이다.
한국증권은 약 1년 여 전인 지난해 초 인도 정부로부터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FPI) 라이선스를 취득해 인도 채권 판매를 시작했다. FPI 자격을 취득하기까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 쿼터를 두기 때문에 라이선스 취득 없이는 인도 채권 매입이 어렵다. 현지 투자 단위는 5000루피(약 9억 원)다. 국내 투자자들은 3000만 원 가량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삼성·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인도 채권 판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도 채권 판매에 관심이 많다"면서 "관련 라이선스 취득 과정이 복잡해서 인도 현지에서 물리적 작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경기 정점 브라질 채권 투자 실패…인도는 턴어라운드 시점"
인도 채권 투자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브라질 채권 트라우마다. 7~10%대의 높은 쿠폰을 앞세워 투자자 몰이에 성공했지만 헤알화 가치하락으로 환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루피화로 발행된 인도 채권 역시 환 헤지가 되지 않는 형태라 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증권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인도 채권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다"면서도 "아무래도 브라질 채권 손실을 직접적으로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투자자들은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채권 투자는 과거 브라질 채권 투자 때와는 다르다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과거 브라질 채권 투자는 경기가 정점일 때 들어가 경기가 하락하면서 환 손실로 이어졌지만, 인도의 경우는 이제 막 경기가 턴 어라운드 했다는 설명이다.인도는 모디노믹스 효과로 지난해 7.4%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8.1~8.5%의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증권의 해외채권 담당자는 "2011년 이후의 브라질 채권 투자는 중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브라질 원자재에 대한 수요 감소로 경제에 약영향을 미쳤고, 헤알화 가치하락으로 채권 환 손실로 이어졌다"면서 "인도 경제는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다 이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브라질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병걸 해외채권 애널리스트 역시 "인도 경제는 2013년 위기를 겪은 이후 인플레이션이 1%대로 떨어지고, 환율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대부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인도 채권만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 등 외국인 자금 이탈의 우려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은 국내에서 단독으로 인도채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고 있다. 환 오픈된 해외 채권의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추가수익 또는 손실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요한다는 취지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삼성과 미래에셋증권에서 브라질채권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때 한국증권의 브라질 채권 매각 금액은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면서 "인도 채권이 많이 팔리면 회사에는 이익이 되겠지만, 고객이 '묻지마 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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