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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갑질'에 한계치, IB 서비스 저하 '악순환' [IB 수수료 난맥상]출혈경쟁→저가수임→IB 경쟁력 약화→발행사 불만…끝없는 '도돌이표'

신민규 기자공개 2016-04-25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0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국내 투자은행(IB)들은 또 한번 김이 샜다. 6000억 원이라는 역대급 발행규모에 비해 인수수수료가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 상에 제시된 인수수수료는 10bp. 딜에 참여한 7개 증권사가 6억 원을 나눠 갖는 꼴이 됐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9bp의 인수수수료를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외관상으로는 오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 만기를 따져보면 연평균 실질수수료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3000억 원 발행 당시 평균만기는 5년이었다. 연평균 1.8bp를 수수료로 제공한 셈이다. 올해의 경우 실질수수료는 2bp. 발행규모가 2배로 확대됐다고 해서 IB입장에선 기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실질수수료 4bp대 추락…발행사, 수수료 구두 통보하면 그만

회사채 인수수수료가 신용평가사 수수료와 비교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더벨이 2012년 이후 AA급 회사채의 3년치 연평균 실질수수료를 조사한 결과 2015년 하반기 기준 4.2bp를 기록했다. 3년전 5bp 수준을 하회하는 수치다. 평균만기가 5년으로 길어진 데 반해 인수수수료는 25bp에서 20bp로 내려간 영향이 컸다. 과거 10bp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수수료는 반토막이 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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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더벨, 발행기업 신용등급 : AA급)

실질수수료 인하 원인은 일차적으로 만기구조가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전환된 데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발행사가 저가 인수 수수료를 IB에 강제하고 있다는데 있다.

발행사들은 IB간 수수료 경쟁을 유도하거나 구두상으로 "몇 bp만 받으라"고 통보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낮춰왔다. 대형 증권사는 리그테이블 선두 유지를 위해, 중소형 증권사는 신규 딜을 수임하기 위해 제살깎기 경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대형 증권사 중 하나가 회사채 인수수수료로 9bp를 제시해 업계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IPO 공모철회시 수수료 한 푼도 못 건져…애경·하림·공기업 등 수수료 박하기로 유명

저가 수수료 수임은 회사채 딜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 에퀴티 딜에도 만연해 있다. 지난해 말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다가 공모 철회한 10곳 이상의 발행사들 중 IB에 실비 정산 외에 별도 서비스 수수료를 지급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사들이 IB들로부터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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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 해도 평균 IPO 대표주관 수수료는 237bp를 기록했다. 2013년에도 225bp의 주관 수수료로 200bp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200bp 유지가 어려워졌다. 2014년에 149bp, 2015년에 199bp를 각각 기록했다.

IPO 대표주관 수수료는 공모규모에 따라 차등적용하고 있다. 공모규모가 1000억 원이면 대표주관수수료가 최소 100bp를 넘기는 게 일반적이다. 3000억~5000억 원의 대규모 딜은 100bp 이하로 떨어졌다. 코스닥 기업이나 바이오 업종의 경우 예외적으로 300~400bp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마지노선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하림그룹, 애경그룹, 공기업 등은 수수료가 짜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경우 1650억 원을 공모하면서 80bp를 수수료로 제공했다. 엔에스쇼핑의 경우 추가 지급을 하긴 했지만 2064억 원 공모규모에 초기 수수료 50bp를 내걸었다. 2014년 쿠쿠전자는 2550억 원의 공모를 진행하면서 대표주관수수료로 50bp를 제공했다. 극단적으로는 공기업 산하 계열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가 2009년 상장 당시 1bp의 인수수수료를 책정하기도 했다.

과거 공모규모와 상관없이 200~300bp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IPO 수수료 역시 상당히 박한 지경에까지 달했다. 2006년 롯데쇼핑은 5829억 원 공모로 수수료 200bp를 제공했다. 2005년 금호타이어는 996억 원 공모에 300bp를 제공했다.

유상증자 역시 규모만 컸지 속 빈 강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1조 원 이상의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IB들이 받은 인수수수료는 40bp에 그쳤다. 주관수수료 10bp를 더해도 지급되는 총액은 63억 원에 불과했다. 리스크를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수료였다. GS글로벌 역시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에 지급할 인수수수료를 단 25bp로 책정했다.

◇출혈경쟁→저가수임→IB서비스 악화 반복…"천편일률 서비스 탈피하려면 수수료부터"

발행사와 IB는 수수료 면에서 총체적인 악순환에 빠져 있다. 주관사 입찰제안 요청서(RFP)를 쥔 증권사는 어떻게든 딜에 참여하기 위해 낮은 수수료로 기재하게 된다. 발행사는 의도적으로 저가 수수료를 제시한 증권사를 딜에 참여시켜 전반적인 수수료 인하를 유도한다. 저가수임한 딜은 개별단위로는 증권사 IB부서에 이익이 되지 못한다. 자연히 다수의 딜을 따내는 생존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제한된 인력으로 제공한 IB 서비스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IB업계에선 천편일률적인 서비스 제공방식에서 벗어나려면 수수료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서비스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IB 관계자는 "한해 딜 하나만 잘해도 먹고 살 수수료가 지급된다면 기관설명회(IR)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거나 시장분석과 관련해 탁월한 리서치를 제공하는 등 IB들이 색다른 서비스를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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