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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고객, 몰빵 투자 못한다 위험자산 20% 가입 제한…고객·PB들도 수긍 '정착단계'

이승우 기자공개 2016-04-26 09:57: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2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객 A씨는 최근 삼성증권을 찾았다 당황했다. 메자닌펀드 가입을 하려는데 메자닌펀드 한 상품에만 가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웠으나 PB의 차분한 설명을 듣고 난 이후 고개를 끄덕였다. 고객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고위험 상품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취지와 목적을 정확히 이해한 A씨는 삼성증권의 이같은 방침에 찬사를 보냈다.

◇특정상품 20% 초과 못해…고객들도 수긍

삼성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위험상품 판매 절차를 강화했다. 골자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된 금융상품을 잔고 대비 20%로 초과해서 가입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몰빵투자'를 제한한 것.

위험자산으로 분류된 금융상품은 브라질국채와 부동산·유전펀드,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원자재 파생결합증권(DLS), 비상장주식, 후강퉁 주식 등이다. 후강퉁 주식이 가장 먼저 이같은 투자 제한의 적용을 받았고 점차 다른 금융상품으로 확대됐다. 특히 투자경험이 1년 미만인 고객의 경우 이같은 규정을 엄격히 적용받고 있다.

초기 적용 단계에서는 PB와 고객들에 대한 설득이 쉽지 않았다. 원하는 금융상품을 마음대로 가입하지 못하자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PB도 그리고 고객들도 수긍하고 있다는 게 삼성증권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성과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자 PB들도 본사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증권 PB는 "특정 상품에 원하는 만큼 가입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일부 고객의 경우 항의가 거셌다"며 "하지만 그 취지를 지속적으로 알려 나가면서 최근에는 이같은 방침이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번의 실험, 업계가 주목

물론 이같은 규정을 벗어나 특정금융상품에 20% 이상 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 핵심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을 정확히 하고 가입을 시킬 수 있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사실상 제거할 정도로 투자자에 대한 충분한 상품 설명이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자산가들이 그렇듯 삼성증권 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에 자산을 맡기고 있을 경우에도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자산가들의 경우 은행을 통해 안정적인 상품에 가입하고 증권사를 찾아서는 공격적인 상품 가입을 하는 경우가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입장에서 보면 고객이 원하는 만큼 금융상품 가입을 시켜 주지 않아 다른 증권사로 고객을 뺏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수고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의 고객 리스크 관리에 대해 자산관리업계에서는 또 한번의 실험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합 자산관리회사'로서의 지향해야 할 덕목이라는 것.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영업 측면에서 보면 상품 가입 비중을 가릴 필요 없이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입시키면 된다"면서 "시행착오를 각오하고서라도 고객 리스크를 생각하는 삼성증권의 이같은 행보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정책은 단기가 아닌 긴 시각에서 고객과 같이 가겠다는 뜻"이라며 "자산관리 사업을 하겠다는 금융회사들이 벤치마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같은 규정을 실제로 적용해 나가는 건 삼성증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 다른 금융사와 경쟁해 고객을 뺏기지 않을 자산감이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자산가들은 자산을 한 금융회사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그나마 삼성증권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 이같은 리스크 관리 규정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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