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27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당국과 금융권의 보다 정교한 정책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로 개정된 신(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활용한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당장의 효용성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사진)은 27일 '기업 구조조정과 효율적 재무전략'을 주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더벨 캐피탈마켓포럼에서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기업 구조조정은 평가 기준이 획일적이고 구조조정 수단도 제한적이어서 효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더벨 '2016 캐피탈 마켓 포럼'에서 '기업 구조조정 변화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 실장은 무엇보다 부실기업에 대한 평가 방법이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영업현금흐름 3년간 마이너스(-) 등의 단순한 기준 만으로는 기업의 특성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C나 D등급으로 부실화 가능성을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금융 당국이 제시하는 기준이 정교해지고 산업별로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도 효율적 구조조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구조조정 관련 핵심 정보를 주채권은행이 독점하면서 채권단이 아닌 다른 시장 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을 평가하거나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신용평가사들이 법정관리나 부도 기업의 경우 신용등급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진 반면에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채권단공동관리) 등 광의의 부도 기업에 대해서는 신용등급 조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가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정보의 독점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기업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기업의 상황에 최적화된 치료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에서 실시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들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기촉법이 도입됐지만 실제로 기촉법을 활용한 구조조정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채권단에 예속되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은 워크아웃보다는 기존관리인유지제도(DIP)를 활용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정관리나 자율협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신 기촉법 하에서는 연기금 등의 회사채 투자자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워크아웃 과정에서 보유 포지션이나 상품에 따라서 이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 비해 기촉법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회사채 발행 비중이 많은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때문에 기촉법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시장 일각에서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의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김 실장은 조선업의 경우 법정관리로 가면 여러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 자율협약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이어 신 기촉법 도입이 신용등급 보수화로 이어져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확대되면서 신용등급의 보수화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신용등급은 주로 2015년 이후에 이뤄졌고 등급 조정 속도도 상당히 가팔랐다"면서 "그만큼 신용평가사들이 선제적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기준이 엄격해지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될 만한 기업의 신용등급을 선제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