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명가 KTB운용, 입지 좁아지나 투자기업 디폴트로 명성 흔들…핵심인력 이탈이 주요인
이승우 기자공개 2016-05-13 14:11:5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0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자닌펀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KTB자산운용. 지난 10여년의 성과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화려했다. '메자닌펀드=KTB자산운용'이라는 공식이 성립됐을 정도다.하지만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핵심인력 이탈이 주요인이다. 급기야 메자닌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디폴트가 나기도 했다. 처음 있는 일에 업계도 그리고 KTB자산운용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다.
◇메자닌의 대부 선형렬 前이사 이탈 '균열'
KTB자산운용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설립한 지 1년도 채 안된 신생 자문사 에이원투자자문이 메자닌펀드 시장에서 KTB자산운용을 누르고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메자닌펀드를 두 회사가 거의 동시에 내놨는데 에이원자문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한 반면은 KTB운용이 모은 자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골리앗을 이긴 신생 에이원자문에는 메자닌 시장의 대부로 불리는 선형렬 대표가 있다. 선 대표가 바로 지난 10년동안 KTB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를 운용해 왔던 장본인이다. 선 대표가 에이원자문으로 이동하면서 고객들도 함께 이동했다. 선 대표가 빠진 KTB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 운용에도 문제가 생겼다.
지난달 KTB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가 투자한 나노스 전환사채(CB)가 디폴트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8월 나노스가 발행한 CB에 총 30억 원을 투자한 KTB자산운용 메자닌 펀드는 2~5% 가량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률이 크지는 않지만 메자닌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디폴트가 났다는 점은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자닌 시장에서 선형렬 대표의 존재감은 막강하다"며 "선 대표가 빠지면서 KTB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가 경쟁력을 잃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메자닌펀드 시장 주도권 어디로?
KTB자산운용은 국내 메자닌펀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에이원투자자문 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들도 앞다퉈 메자닌 펀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도 메자닌 투자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B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 경쟁력이 점점 분산되고 있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메자닌 펀드 시장은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아 인력풀이 좁은 편이었는데 최근 인력과 운용 능력이 여러 회사로 분산되는 것 같다"며 "KTB자산운용의 독점적 지위는 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역시 이같은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통 메자닌펀드 뿐 아니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령 메자닌펀드와 하이일드펀드의 장점을 결합한 펀드나 스팩공모주펀드를 적극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넥스 하이일드 펀드도 새롭게 설정할 예정이다. 이전까지 메자닌 사모펀드 운용에만 집중했던 팀 전략이 다양하게 분산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자닌펀드의 절대강자였던 KTB자산운용이 메자닌펀드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내놓고 있다"며 "메자닌의 명가라는 아성은 이제 다른 곳으로 넘어갈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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