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금융그룹, 대 잇는 '부동산 사랑' 옛 명동사옥부터 한남동 외인주택까지…舊상권 매각 등 포트폴리오 재정비
서정은 기자/ 김일권 기자공개 2016-05-13 14:11:39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1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신F&I가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여겨지던 한남동 외국인 아파트 부지의 새 주인이 되면서 대신금융그룹 오너 일가의 부동산 사랑이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故) 양재봉 전 대신증권 명예회장 시절 시작된 부동산 사랑은 이어룡 현 회장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 인수 후 옛 명동사옥 매입…35년 만의 명동 복귀
양재봉 전 명예회장이 대신증권을 인수한 것은 지난 1975년. 양 전 회장은 당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던 중보증권을 인수하며 사명도 대신증권으로 바꿨다.
양 전 회장은 대신증권 사옥으로 당시 매물로 나온 명동 국립극장 건물을 찜한다. 당시 국립극장 건물은 워낙 위치가 좋아 몇몇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회장은 입찰에 참여한 것을 비밀로 부치는 등 부지 매입을 위해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다.
명동 사옥 덕분이었을까. 1976년 명동 사옥에 입주한 대신증권은 이듬해인 1977년 주식거래 기준으로 업계 2위의 증권사로 급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몇 년 후인 1980년, 증권업 침체로 인해 회사의 사정이 악화되면서 공들여 매입한 사옥을 다시 매각하기에 이른다. 양 전 회장은 당시 명동 사옥 매각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로 본사를 이전한 후에도 양 전 회장의 부동산 사랑은 계속됐다. 양 전 회장은 주로 대신증권의 리테일 점포가 위치한 건물을 통째로 혹은 일부만 매입하는 형태의 투자 방식을 선호했다.
이때의 영향으로 지금도 전국 대신증권 지점이 위치한 곳 가운데 상당수 건물의 소유주가 대신증권인 경우가 많다. 지금은 매각했지만 강남 뱅뱅사거리 노른자땅도 대신증권 지점이 차지하고 있었다.
대신금융그룹의 '부동산 사랑'은 양 회장의 며느리인 이어룡 회장 체제에서도 이어졌다. 이어룡 회장의 부동산 투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명동 신사옥 건립이다. 시아버지가 명동에서 대신증권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이 회장은 40년의 시차를 두고 명동에서 대신증권의 중흥을 꿈꾸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4년 6월 명동 중앙극장이 위치하고 있던 부지를 매입하고 현재 신사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1월쯤 대신증권을 비롯한 대신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명동 신사옥으로 모일 예정이다. 양 전 회장 시절, 눈물을 머금고 떠났던 명동으로 35년여 년 만에 복귀하는 셈이다.
◇ '신상권 집중' 부동산 포트폴리오 재정비
대를 잇는 부동산 사랑 덕에 대신증권은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부동산 부자가 됐다.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 증권업계 최고 부동산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지점용 부동산 장부가액은 총 1981억 8100만 원이었다. 토지가 1327억 원, 건물이 655억 원 내외였다. 사택 및 기타부동산(임대용 혹은 토지상대로 건축 예정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총 2977억 3400만 원에 달했다.
대신증권의 부동산 사업은 최근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기존 양 회장 시절에 매입한 건물 가운데 상당수가 구상권에 위치하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 지역을 비롯해 지방에 보유하고 있는 건물 중 일부를 정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서울 상계동, 번동 등에 위치한 부동산을 비롯해 경남 창원의 마산사옥, 제주시의 구제주사옥 등 지방 소재 부동산의 매각 작업이 완료된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구상권에 위치한 부동산을 정리하는 대신 신상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명동 신사옥을 비롯해 청담사옥, 대림동의 연수원 등이 대표적이다. 대림동 연수원에 대해서는 인근 지역의 부지를 추가 매입하는 등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구상권에 위치한 부동산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명동, 청담 등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잦은 투자로 인한 잡음도 적지 않았다. 2013년 대신증권이 삼성동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는 노조 측과의 마찰도 있었다. 대신증권은 삼성동 부지를 역사관으로 쓰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신F&I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외국인 아파트 부지를 6242억 원에 인수했다. 대신F&I는 전날 계약을 완료한 한인 외인주택 부지를 고급주택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남 더 힐이 평당 7000만 원까지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남 뉴타운 개발 등과 맞물리며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대신F&I가 매입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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