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년만에 저문 '순현금 시대' [Company Watch]1Q 차입금, 현금성자산 초과… 시황악화로 연말까지 실적둔화 이어질 듯
정호창 기자공개 2016-05-18 07:58:03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6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창사 이래 처음 맞이했던 '순현금 시대'가 1년 만에 저물었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크게 약화된 탓이다. 관련 업계에선 최소한 올 연말까진 실적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차입금 축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3조 6557억 원의 매출을 통해 561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매출은 17.2%, 영업이익은 43.2% 감소한 수치다. 전년 동기 실적과 비교시 매출은 24.1% 줄었고, 영업이익은 64.6% 급감했다.
이 같은 경영실적 하락의 원인은 글로벌 IT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 때문이다. 메모리 수요가 둔화되면서 출하량이 감소했고 가격 역시 하락세를 나타내 매출과 수익성의 동반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줄면서 현금 창출력도 크게 약화됐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1조 6400억 원 수준으로 2조 원을 웃돌았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비해 20% 가량 줄었다. D램 시황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지난해 1분기 실적(2조 5290억 원)과 비교시엔 감소율이 3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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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금 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순현금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SK하이닉스는 1983년 상호를 국도건설에서 현대전자산업으로 바꾸고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이래 줄곤 대규모 차입금을 짊어진 재무상태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1분기부터 사상 처음으로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차입금을 웃도는 순현금 시대를 맞이했다.
안정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1분기 차입금보다 6500억 원 이상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순현금 시대에 진입했고, 연말에는 순현금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 둔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올 1분기 수익이 급락하면서 차입금이 다시 현금성 자산을 추월했다. 3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차입금 규모는 4조 3810억 원 수준으로 4조 2570억 원 가량인 현금성 자산을 1200억 원 이상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차입금 역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여전히 저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IT 산업 전반의 수요 증가 둔화세가 3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고, 올 연말까지 뚜렷한 반등세를 되찾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라있는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고, 그 뒤를 쫓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도 실적 감소에 고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더 낮아져 5000억 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올 연간 영업이익 규모를 2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5조 3361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감가상각비를 더한 에비타 규모 역시 6조 원 수준으로 지난해 실적보다 3조 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비투자 등 자본적 지출(CAPEX)을 6조 6000억 원 가량 집행했다. 올해는 이보다 소폭 줄어든 5~6조 원 수준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차입금의 대규모 확대 없이 현금 창출력 내에서만 투자를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올 연말 차입금 규모는 4조 5000억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금성 자산 규모는 이를 소폭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설비투자 외에 배당 등으로 소진될 현금 유출액을 감안하면 에비타 이상의 자금 소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해 3530억 원의 배당을 결정했고, 8.8% 수준인 배당성향을 2~3년 내에 20%까지 상향하겠다는 주주환원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계획과 반도체 시황 등을 감안하면 2~3년 내 SK하이닉스의 '순현금 시대' 재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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