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5월 2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바른 사옥에 다녀왔다. 바른 소속 변호사들로 이뤄진 상속신탁연구회에서 발간한 두번째 논문집 '상속신탁연구II'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바른상속신탁연구회는 가사·상속, 신탁, 가업승계 등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이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시작돼 3년 반 동안 한달에 한번씩 세미나를 여는 등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행사장에는 바른 소속 변호사들 외에 기자들도 여럿 참석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또 다른 무리가 있었다. 바로 KEB하나은행 사람들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나은행의 이름은 끊이지 않고 거론됐다. 기념회를 진행하는 바른 변호사들은 행사 순서 곳곳에서 하나은행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들 또한 상속신탁연구회의 두번째 논문집 출판기념회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듯했다.
자칫 부적절해 보일 수 있는 로펌과 은행간의 끈끈한 관계를 보면서 불편한 감정보다는 오히려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두 회사가 이처럼 돈독한 관계를 쌓게 된 계기 때문이다.
두 회사간 관계의 접점에는 상속신탁연구회를 만든 김상훈 바른 변호사와 하나은행 배정식 부장이 있다. 둘의 공통점은 '유언대용신탁 매니아'라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대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저서 미국상속법을 썼고, 현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친족상속법과 신탁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미국 부자들 사이에 일반화돼 있는 유언대용신탁이 우리나라에서도 곧 보편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유언대용신탁의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가 언론사에 기고하는 칼럼이나 인터뷰 내용도 대부분 유언대용신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정식 부장은 지난해 말 경기도 동탄의 하나은행 지점으로 발령받기 전까지 하나은행의 유언대용신탁 본부라 할 수 있는 '리빙트러스트센터'를 총괄하고 있었다. 신탁법이 개정돼 법적인 근거가 생기기 전인 지난 2010년 정부부처의 유권해석을 받아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만들었고, 하나은행 유언대용신탁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 놓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2년에 저서 '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을 쓰기도 했다.
저자와 독자, 교수와 제자 등의 관계로 만남을 시작한 이들은 이후 공식적인 관계로 발전해갔다. 김 변호사는 하나은행 법률고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배 부장 역시 하나은행 신탁부 관계자로 바른상속신탁연구회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후 세미나에 참석하는 하나은행 관계자들은 하나 둘씩 늘었고, 둘의 인연은 회사간의 인연으로 발전했다.
두 회사는 현재 국내 상속신탁과 관련된 부문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수탁고 2500억 원으로 경쟁 금융기관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다. 법무법인 바른 또한 상속신탁 부문에서 국내 유일무이한 연구회인 상속신탁연구회를 이끄는 등 이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앞으로 더욱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에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유언대용신탁 계약이 지난해 10만 건을 돌파했다. 100건이 채 안될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실정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상속신탁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국내 상속신탁 분야에 법무법인 바른과 하나은행 같은 좋은 본보기가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법률과 세무적인 전문성이 필수인 상속신탁 부문의 경우 금융기관과 자문사 간의 협업 관계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언대용신탁이 더욱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두 회사 외에도 다른 좋은 인연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바른과 하나은행 간의 끈끈한 인연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그리고 우리나라 상속신탁 분야에서 또다른 바른과 하나은행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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