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15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용선료 협상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현대상선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 2013년 말 첫 번째 자구안을 내놓은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갖고 있던 자산을 줄줄이 내놓으며 악착같이 버텨낸 세월이다. 기다렸던 해운업 호황기는 오지 않았다. 숨은 붙어있지만 현대상선의 주인은 채권단으로 바뀌고 현대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2013년 말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해운업 침체기를 견디지 못하고 현대상선과 같은 노선을 걸어가고 있다. 앞으로 사채 채무조정, 용선료 협상 등을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결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두 해운사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본 해운업 관계자 다수는 "팔 수 있는 자산은 다 팔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향후 법정관리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도 정상적인 영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이도 많다. 자율협약 신청 전 정부가 마련한 해운사 지원정책이 무색해질 정도다.
한진해운은 유동성 부족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자구안을 내놨다. 여기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롱비치터미널 유동화도 포함돼있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이 2000년대 초부터 시설개선을 거듭하며 오랜 기간 운영해온 터미널이다. 아직도 많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롱비치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다.
현대상선도 미국에 두 곳의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롱비치터미널의 처리능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롱비치터미널은 미주-아시아 구간의 화물창구인 롱비치 항만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연간 30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의 화물을 취급할 수 있다.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경영권을 포함한 롱비치터미널 매각보다 유동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진해운의 운항노선 비중이 미주-아시아에 쏠려있는 만큼 롱비치터미널은 영업을 위한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용선료를 내지 못할 정도의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빠른 시일 내에 롱비치터미널 유동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진성매각 추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해외 터미널 매각은 선박 매각과 무게감이 다르다. 자금 여유만 있다면 선박은 새로 주문을 넣으면 그만이다. 해운업 침체기로 선박 수요가 줄면서 신조선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
반면 해외 터미널은 항만 개발 초기단계부터 해당 지역 기관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국가가 주요 지역에 터미널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터미널 운영권을 따내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물동량이 몰리는 터미널이라면 운영권이 시장에 나올 리 만무하다.
한진해운이 미국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어도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 화물을 제때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롱비치터미널 경영권 매각이 국가적 손실이라 해석되는 이유다. 채권단에는 사기업의 자금부족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다. 다만 한진해운에 대한 압박이 롱비치터미널 매각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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