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밸류고배당, 공룡펀드 아닌 국민펀드" [취중FUND談] ①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운용본부장
박상희 기자공개 2016-07-19 10:32:29
[편집자주]
펀드매니저의 세계는 냉정하다. 수익률이라는 숫자 앞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 역시 수익률이 잘 나오면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한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을 살아간다. 펀드 좀 운용한다는 '고수'들을 만나 펀드 '희노애락'을 들어본다. 인터뷰 대상은 매니저 경력 10년 이상, 동일펀드 운용 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4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왕좌는 한 번 오르기도 힘들지만, 오른 후에 그 자리를 지키기가 더 힘든 법이다. 지난 2014년 하반기 운용규모가 3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최대 주식형펀드 자리에 오른 이후 2년 가까이 그 왕좌를 지키고 있는 펀드가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배당주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증권)'이 그 주인공이다.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운용하는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은 "공룡펀드에 돈 넣으면 무조건 물린다는 징크스를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해 자금이 빠지는 환매 속에서도 벤치마크 대비 10%가 넘는 초과 수익을 올리며 징크스를 깼다. 돈으로 수익률을 밀어 올리는 게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시장을 이긴 것이다. 지난달 27일 여의도 족발집에서 박 본부장을 만나 펀드 매니저로서 보낸 지난 17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효자..20년 만의 자랑스런 신영인 대상 '주인공' 선정
취중펀담 인터뷰를 처음 요청했을 때 박 본부장은 한동안 응답이 없었다. 기자와 외부에서 하는 인터뷰 자체가 처음인데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해 부담이 큰 모양이었다. 거기다 의미가 있는 곳으로 장소를 섭외해 달란 요청도 걱정거리로 작용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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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박 본부장은 후자를 선택했다. '자랑스런 신영인상'은 한 해 동안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부서 및 직원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박 본부장은 지난해 2월 대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운용하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조 단위 자금몰이에 성공하며 국내 최고 주식형펀드로 우뚝 섰고, 운용성과마저 우수했기 때문에 그녀의 대상 수상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밸류고배당펀드를 처음 맡았을 때 사이즈가 3000억 원 수준이었어요. 2013년 펀드가 처음으로 운용규모가 1조 원을 돌파했을 때 정말 꿈 같았는데, 계속해서 돈이 들어오더라고요. 몇 달 사이에 1조 3000억 원이 되고, 1조 5000억 원이 됐죠. 이듬해는 정부에서 배당 확대정책을 펼치면서 배당주펀드로 돈이 몰리는 걸 도와줬어요. 결국 그 해에 운용규모가 3조 원을 돌파했어요. 결국 밸류고배당펀드 때문에 자랑스런 신영인상을 받게 된거죠. 상금(500만 원)도 받고 포상휴가(5일)도 다녀왔어요. 정말 기뻤고 고마웠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컸어요."
그녀는 그 부담감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3조 5000억 원을 넘어섰던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지난해 환매가 계속되면서 운용규모가 3조 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고객의 환매가 이어지면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우량한 종목을 계속해서 팔아야하기 때문에 수익률 관리가 힘들어진다. 그녀는 와중에도 시장 대비 10%가 넘는 초과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바이오, 제약 등 중소형주가 장을 이끄는 장세 속에서도 관련 종목을 거의 담지 않고 일궈낸 수익률이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2012년부터 수익률이 잘 나오기 시작했어요. 특히 2013년에는 시작부터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그동안 과도하게 저평가됐던 우선주와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꿈틀대기 시작하더라고요. 회사에다 올해는 '한 번 달려보겠다'고 선언했죠. 내가 갖고 있는 포지션이 유리할 것 같으니 방어하기보다는 공격적으로 나서겠단 의미였죠. 우선주도 전혀 안 팔고 계속 가져가고, 중소형주도 더 오를 것 같아서 계속 담았는데 결국 들어맞았어요. 그해 수익률이 20% 아웃퍼폼했거든요.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내외적 환경이 좋았어요.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당주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요."
◇ "원국희 회장이 이름 아는 유일한 매니저"
박 본부장은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이 얼굴과 이름을 아는 유일한 신영자산운용의 매니저라고 한다. 몇 번 식사자리에 대동하기도 했다.
"배당주펀드 자체가 원 회장님 지시로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그 펀드가 신영자산운용 전체에서 가장 사이즈가 큰 펀드가 됐을뿐아니라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를 대표할 정도로 커졌다고 하니 어떤 매니저가 운용하는지 궁금하셨나보더라고요.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원래 허남권 부사장(CIO)이 운용하던 걸 제가 물려받게 된건데 모든 칭찬과 영광이 저에게 쏟아지고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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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KB자산운용에서 신영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긴 박 본부장은 처음엔 마라톤펀드 중의 하나를 맡아 운용했다. 그러다가 2010년 가을 둘째를 출산하고 컴백하면서 배당주펀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엔 프라임배당펀드를 담당하다가 이후엔 밸류고배당펀드를 전담하게 됐다.
배당주펀드와 궁합이 좋았던 걸까. 배당주펀드 매니저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법을 물어봤다.
"딱 한 가지로 잘라 설명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중소형주가 좋아지는 타이밍을 못 만났으면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3조짜리로 못 컸을수도 있고요. 종합하면 시장, 매니저, 운용사 3박자가 잘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영화 '신의 한 수'에 '세상은 고수에겐 놀이터고, 하수에겐 지옥'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펀드 매니저에게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고수라 하더라도 회사가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돼 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신영이 참 좋은 회사인 것 같아요. 리서치 등 인프라도 훌륭하고, 1년 성과가 안 좋아도 2~3년 기다려 주거든요. 이상진 사장님도 그런 이야길 하세요. 너도 신영 만나서 잘 됐고, 신영도 너를 만나 잘 됐으니 서로 '윈윈'한 거 아니냐고요."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박 본부장이 강조한 대목이 있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판매사가 50개가 넘는다는 부분이었다. "처음으로 1조가 넘기까지는 국민은행에서 많이 팔아줬지만 이후에는 굉장히 다양한 판매사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금액은 500억 원에서 1000억, 2000억 원으로 크진 않았지만 그런 판매사가 50개가 넘거든요. 신영밸류고배당 앞에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가 '공룡펀드'인데, 공룡펀드로 클 수 있었던 건 이런 다양한 판매사의 도움이 컸어요. 이쯤 되면 공룡펀드가 아니라 국민펀드라 불려야 하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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