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매각 헛바퀴' 삼성ENG, 해결책은 6월말 '데드라인' 넘어 협상자도 없어..성공적 유증 덕 매각 철회 가능성
김장환 기자공개 2016-07-19 08:21:59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5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서울 상일동 본사 사옥 매각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사옥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밝힌 지 반년이 훌쩍 넘었고, 완료하겠다던 시점도 이미 지났다. 원매자를 찾는데 그만큼 애를 먹고 있다.다만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들어 정상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고, 또 하반기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사옥 매각 계획을 세운 원인이 됐던 재무구조 부진 역시 성공적 유상증자로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 사옥 매각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가 많이 사라진 셈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매각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원매자도 없다. 지난해 말 대규모 손실로 부채가 자산을 전액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고, 상장폐지 위기까지 맞으면서 대규모 유증과 동시에 사옥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웠다. 사옥 매각 '데드라인'으로 삼았던 시점은 지난달 말이다.
사옥 매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위치 등 입지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주택 단지가 밀집돼 있는 곳 바로 옆에 사옥이 자리잡고 있고, 주변 상업시설도 별로 없다. 특히 사옥이 8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그만큼 가격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삼성 그룹사들이 참여한 펀드를 조성해 사옥을 사들이는 방안도 강구했지만 이 역시 진척이 없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이 앞장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들 역시 사옥 이전과 기존 사옥 매각 등 방안을 꺼내 들면서 여기에 참여할 여력이 크게 축소됐다. 펀드 구성시 참여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삼성물산도 경영난에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에 따라 제3자에게 임대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상일동 사옥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약 6000명으로 이들이 대부분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기존 사용 공간을 최대한 줄이면 전체 면적에서 50% 가량의 공간은 임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리적 단점 등을 이유로 임대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내에서 임대를 들어올 희망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플랜트사업부 인력을 이쪽으로 보낼 것이란 말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이 현재 이를 검토 중이란 설도 있지만 양측 모두 부인 중인 사안이다. 임대에 나설 지, 아니면 매각을 지속해서 추진할 지도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작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옥을 급하게 매각해야 할 이유는 많이 사라졌다. 사옥 매각 카드를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손실로 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 3053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고 이로 인해 마이너스(-) 3129억 원대 자본총계를 기록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올해 2월 1조 2651억 원에 달하는 유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자본잠식을 단번에 벗어날 수 있게 됐다. 3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442.4%에 달할 정도로 아직까지 높지만, 별 다른 이슈가 없었던 2013년 말(545.3%)과 비교해보면 크게 악화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아 점진적인 재무구조 개선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옥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급한 불은 이미 끈데다 상일동 사옥 자체가 지리적 단점과 가격적 문제 등으로 인해 매각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각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하반기 손익 전망도 그다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연말쯤에는 보다 개선된 재무구조 역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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