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23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란법 때문에 골프장 다 죽게 생겼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자주 접하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이 주장이 어디까지 참이고, 어디부터 거짓인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먼저 골프 인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1년에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 수는 4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4000만 명이 한번씩 왔다는 뜻일까? 400만 명이 10번씩 왔다는 뜻일까? 대체 대한민국에 골프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이 질문에 대해 가장 정성들여 조사한 곳은 골프존이다. 2008년부터 자체 비용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매년 골프인구조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까지의 결과를 ‘대한민국 골프백서'라는 이름으로 발간해 정보를 공개했다. 감사한 일이다. 물론 그 이후에는 철저하게 본인들의 비즈니스정보로만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2013년 이후는 합리적 유추에 의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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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골프 해 보셨어요?"라는 질문에는 500만 명이 "그렇다"라고 답한다. 10명 중 한 명은 살면서 한번은 골프를 접한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다음 질문이다. "지난 1년 사이에 골프 해 본 적 있으세요?" 이렇게 질문하면 500만 명 중에 200만 명이 손을 내린다. 대한민국에는 300만 명의 골프 활동 인구와 200만 명의 골프중단인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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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더 나가보자. 지난 1년 사이에 필드에서 라운드 한 경험이 있으신 분? 이렇게 물어보면 다시 100만 명이 손을 내린다. 이들은 어디서 골프를 했을까? 연습장과 스크린골프만 다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리가 된다. 200만 명은 필드에서 골프를 즐긴다.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월 2회, 연간 20회 라운드를 나간다. 한번은 월례회, 한번은 친구들과의 번개. 그것이 평균적인 모습니다. 100만 명은 필드는 나가지 못하고 스크린골프만 즐기고 있다. 200만 명은 한때 골프를 했으나 지금은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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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질문을 해보자. 200만 명은 왜 골프를 그만두었을까? 연령별 골프인구분포를 보면 60대가 되면 골프인구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현재의 60대들은 과거에 아예 골프에 입문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그것보다는 50대까지는 골프를 왕성하게 즐기다가도 60대로 접어들면서 골프를 그만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 왜 60대에 골프를 그만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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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체력이 안 된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다른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신체 활동의 부담이 적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긍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각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골프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나와 맞지 않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만둔다는 가설이다. 우리나라의 갑을 문화와 접대 문화를 생각해 보면 그럴듯 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60대에 각성이 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설명이다. 먼저 60대에 직장을 그만두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중단된다. 그래서 골프를 중단한다. 만약 골프가격이 충분히 싸다면 은퇴 이후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그것까지 고려하면 은퇴 후의 소득으로 골프를 즐기기에는 아직은 골프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50대들은 그 비싼 비용을 자기소득으로 지불하고 있을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200만 명의 골프 인구를 다시 한번 나눠볼 수 있다. 법인카드로 골프를 즐기는 인구와 개인카드로 골프를 즐기는 인구.
대기업 임원이나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장을 생각해 보자. 비싼 골프도 법인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면,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주말에도 열심히 라운드를 한다. 그렇게 일주일에 7일을 일한다. 그런데 은퇴를 하면? 골프를 너무나 사랑하고, 기력이 넘침에도 불구하고, 라운드를 그만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 개인카드로 결제하기에는 골프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원래의 질문이었던 김영란법을 생각해보자. 간단하다. 골프 즐기고 싶으면, 자기 돈 내고 하라는 것이다. 법인카드를 사용하더라도 본인의 라운드 비용만 결제하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선 다른 사람의 법인카드로 라운드 하는 숫자가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골프인구가 200만명 중에 몇 명이나 될까? 그렇게 결제되는 내장객이 총 4000만 내장객 중 몇 명이나 될까? 그것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만큼의 수요충격이 올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향후 결제패턴을 보고 있으면, 역으로 그 비중이 얼마나 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비중이 100%라서 산업전체가 붕괴될까? 만약 그렇다면 산업이 붕괴되는 것이 옳다. 건전한 스포츠와 레저로서의 의미는 없고, 오직 로비와 접대의 기능만 남은 체육시설이 사회적으로 왜 필요하다는 말인가?
모든 골프장이 충격을 받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법인카드 영업에 집중하는 골프장들에게 타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 골프장들은 오히려 안전하다. 이미 충분히 가격을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도권의 자칭 명문골프장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도산하는 골프장이 생기면? 도산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병이 낫고 싶으면, 약이 입에 쓴 것 정도는 인내해야 한다.
오히려 3차 수요 충격이 진정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시장에서 법인카드 고객이 사라졌기 때문에 개인카드 고객만 남을 것이다. 골프장들은 개인카드 고객에게 집중해야 하고, 가격을 대폭 내려야 할 것이다. 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골프장은 도산할 것이다. 비용 경쟁력이 있는 다른 골프장들이 도산한 골프장들을 인수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규모가 커진 골프장들은 더 많은 비용감소효과를 내면서,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다.
가격이 충분히 내렸다면, 은퇴 이후에 골프를 그만 둘 이유가 없다. 나이 들어서 은퇴한 이후에 한가롭게 골프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자기 돈으로 골프 하는 건전한 골프 인구의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은 3차 수요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그 충격이 적으면 이미 골프장 산업의 기반이 튼튼하다는 뜻이다. 그 충격이 크면, 그만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구조조정을 이루면 된다. 길게 보자. 비록 입에 쓴 약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골프를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와 레저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인구기반이 확대되고, 산업기반이 강화시킬 것이다. 김영란법은 비록 쓰지만 좋은 약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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