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23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폭염이 점령한 오후 1시 30분 무렵.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뒤편 휴게공간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 정장을 아래 위로 말쑥이 차려 입었다. 평소와 다르게 구두에서도 광이 난다.10여 분 즈음 지나자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출입문 바로 앞은 이 건물 3층에 위치한 금호아트홀로 이동하는 통로와 연결돼 있다. 반원을 그리며 허공에 놓인 계단을 걷는 내내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이어간다. 로비에서도 정장 차림의 행렬이 3층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밝은 톤의 나무 벽면에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비춘다. 그 사이로 짙은 남색 계열의 정장을 한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 선다. 5분도 채 안 돼 금호아트홀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말 소리는 모두 사라졌다.
오후 2시 중문을 통해 박창민 신임 대우건설 사장이 금호아트홀로 들어왔다. 사진에서처럼 환하게 웃지는 않는다. 다소 긴장된 모습이다. 그러나 발걸음은 가볍다. 걸음에 맞춰 앞뒤로 뻗어내는 팔에선 힘이 느껴진다. 염색하지 않은 회색빛 머리가 오히려 그를 더 차분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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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박 사장의 취임식이 시작됐다. 연단에 오른 박 사장은 미리 준비해 놓은 취임사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대우건설 최종 사장 후보로 선정된 지난 5일, 아니 대우건설 사장 후보에 등록한 그 때부터 머리 속에서 그렸을 대우건설의 미래였다.
박 사장의 취임사는 짧고 가지런했다. 박 사장은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 미래 지향적인 체질 개선으로 대우건설의 1등 DNA를 되살려 세계적인 건설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무안전성 개선, 조직 효율성 및 생산성 강화,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 인재경영의 실천 등 네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사장으로 선임되기까지 과정이 험난 했던 만큼 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최초로 외부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내외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1979년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건설업에 입문한 박 사장은 국내 최고 주택사업 실력자로 꼽힌다. 국내 1등 디벨로퍼 현대산업개발 사장으로 재직하며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흑자경영을 이어왔다. 2012년에는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박 사장은 이날부터 앞으로 3년 간 대우건설을 이끌게 됐다. 대우건설을 둘러 싼 국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 그의 말 처럼 그는 '43년의 유구한 전통을 가진 대우건설 역사상 최초의 외부인사 사장'이다. 3년 뒤 이 '외부인사'가 정말 대우건설의 '한 가족'으로 기억될지 그 미래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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