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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깎는 구조조정…'슬림화 약발' 가시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1년]①인력 축소·잠재부실 '빅배스' , 건설·패션 흑자전환 재도약 기반

김장환 기자공개 2016-08-30 08:04:29

[편집자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 등과 맞물리며 재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계기로 지난 1년간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되짚어 보면서 현주소와 미래, 남은 과제 등을 다각도로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9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오는 9월 1일 제일모직과 합병 첫돌을 맞는다. 지난해 7월 주주총회 안건 통과를 시작으로 합병 절차에 돌입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갑작스럽게 주요 주주로 등장한 엘리엇으로부터 파상공세를 겪었지만, 국민연금과 범 현대가(KCC)의 도움을 얻어 간신히 합병을 마무리했다.

합병 후 지난 1년 동안 삼성물산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직개편과 인력 감원 등 각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합병 전과는 다른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서로 다른 회사가 한 데 뭉쳤으니 없어서는 안될 PMI(합병 후 통합) 절차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일부 사업부는 과거와 달리 규모가 크게 축소됐고, 또 수익성도 내리막길을 걷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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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후 단행한 가장 핵심적인 조직개편은 건설부문을 한 데 합친 일이다. 합병 이전부터 삼성그룹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건설부문을 합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제일모직의 리조트·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 플랜트부문 등에 대한 재배치가 불가피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 직후 가장 먼저 건설부문의 통합 절차에 돌입했다. 제일모직은 앞서 삼성에버랜드와 합병을 완료하고 사업부를 패션과 리조트·건설 부문 등으로 운용해오고 있던 상태였다. 삼성물산 건설과 이들 부문의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이 과도하게 많아진다는 점에 있었다. 중복 분야 통합과 동시에 잉여 인력의 정리가 불가피했다.

건설부문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약 15%에 달하는 감축이 단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합병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기준 기존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력은 7215명, 제일모직 건설 인력은 1177명이었다. 통합 시 건설부문 총 인력이 무려 8392명에 달했다. 희망퇴직 등을 거쳐 슬림화 작업이 공격적으로 단행될 수밖에 없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통합된 건설부문 총 인력은 7084명. 자의든 타의든 1300명이 넘는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합병 후 인력뿐 아니라 잠재 부실도 가장 공격적으로 떨쳐냈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은 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잠재 손실을 반영했고, 이 중 상당수가 건설부문 몫이었다. 해외 악성프로젝트에서 손실이 컸다. 호주 로이힐 마이닝 프로젝트 손실을 지난해 4분기 8500억 원 가량 반영했고, 또 올 1분기에도 해당 프로젝트에서 추가 손실이 유입됐다.

2대 사업부인 상사부문도 동시에 손실 털기에 나섰다. 상사부문은 이 시기 특정 사업과 관련해 5600억 원대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보유 중이던 미주 유전자산 가치가 저유가 기조 장기화로 크게 하락하면서 손실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카자흐스탄 발하쉬발전소 프로젝트 예상손실 1500억 원 등을 합쳐 1조 원대 손실을 반영했다.

상사부문의 소위 '빅배스'는 제일모직과 합병 이전부터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생각을 마침내 실현할 수 있게 돼 단행한 절차로 비쳐졌다. 트레이딩 등 주요 부문에서 부진한 마진율 등을 우려해 사업 품목 효율화를 장기간 추진해왔지만, 합병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부실을 털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결국 합병 덕분에 잠재 부실 제거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보다 주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패션부문은 대주주 일가 자제가 합병 후 전면에 나서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합병 후 유일하게 패션부문만 수장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12월 이서현 사장을 패션부문 사장 자리에 단독으로 앉힌 일이다. 합병 후 4인으로 개편된 대표이사 체제는 기존 윤주화 사장이 사회공헌위원회로 물러나면서 최치훈 건설 부문 사장, 김신 상사 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 부문 사장 3인 체제로 개편됐다.

이 사장을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은 오너 일가의 책임과 권한을 보다 강화시켰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특히 패션부문은 합병 전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은 사업부였다는 점과 무관치 않은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메르스 사태 여파로 중국 관광객들의 숫자가 크게 줄면서 패션사업 전반에 위기가 닥쳤다. 중국에 직접 진출해 시장 확대와 수익성 창출을 노렸던 패션 부문의 경영 전략은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했다. 이는 이 사장의 앞으로 해결해야 할 최대 숙제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후 이처럼 각종 PMI 절차를 거쳤고, 이제 어느 정도 정상화 과정에 돌입했다. 그동안 지속해서 손실만 내왔던 건설부문은 올 2분기 영업이익 1180억 원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상사부문이 사활을 걸고 있는 캐나다 신재생에너지 온타리오 프로젝트도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 같은 시기 흑자 전환한 패션 부문은 몸집을 줄이고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하면서 알짜배기 사업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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