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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채권단, 심판의 날 앞두고 '폭풍전야' 30일 주채권은행 보고 앞두고 "정해진 것 없다" 되풀이

정용환 기자공개 2016-08-30 09:38:51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9일 1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가 판가름나기 하루 전인 29일, 채권단이 여전히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지속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가운데 아직 어느 곳에서도 쉽사리 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마저 다른 채권은행들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채권단내 분위기가 고요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9일 "산업은행은 되도록 채권은행들의 결정에 따른다는 방침"이며 "아직까지 채권단에 속한 다른 은행들이 어떤 관점으로 한진해운을 바라보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하는 내부 보고체계를 여태 마무리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은행 담당자는 "지난 26일 산업은행이 회의자료로 뿌려준 한진해운 자구안 내용을 토대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부에 대해)검토 중"이라며 "행내 보고체계에 따라 결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보고를 올리지 못했고 내일(30일) 오전이나 돼야 관련 회의 및 보고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채권은행의 한진해운 담당 심사역은 "회의 혹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사역의 입장으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의견을 피력할 순 없지 않겠나"라며 "결정은 위에서 내리는 것인데 아직 보고를 제대로 올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심사역과 같은 사무실을 쓰는 또 다른 심사역은 "(한진해운 담당자가)하루 종일 한진해운 때문에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제대로 일을 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채권단 내에는 한진해운에 대해 말을 아끼자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한진해운의 운명을 결정하기에 앞서 굳이 외부로 이야기가 돌아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채권은행 담당자는 "국책선사 급의 한 기업을 법정관리에 부친다는 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며 "그 때문에 다들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고 결국 30일에 산업은행에서 모든 채권단의 의견을 취합해봐야 어떤 식으로든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30일까지 검토 결과를 보고해달라고 말하긴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 곳에서도 의견을 주지 않고 있다"며 "30일 오후께나 돼서 채권은행들에 연락해 결과 제출을 독촉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조건부 자율협약 종료시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내일까진 어떻게든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권단 내에서 답답하리만치 계속되는 눈치싸움에도 이유는 있다. 자율협약 연장을 선택할 경우 최소 6000억 원 이상의 신규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이 때 산업은행은 3700억 원, 그밖의 채권은행은 수백억원 씩의 유동성 공급을 책임져야 한다. 더구나 이렇게 투입된 유동성의 대부분은 상거래채권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버린다.

법정관리 선택에도 부담은 따른다. 국책선사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몰아가는 것에 따른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설령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에서 이탈할 경우 다른 은행들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도 문제다. 60% 이상의 의결권 비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산업은행조차 이같은 이유 때문에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한진해운에 대한 각 채권은행별 채권비율은 산업은행이 66.2%, 하나은행이 12.2%, 농협은행이 8.5%, 우리은행이 6.8%, 국민은행이 5.5%, 부산은행이 0.8% 등이다. 각 채권은행들은 30일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연장 내지는 법정관리 여부를 개별 통보하고 오는 9월 2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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