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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보내지 말았어야 할 서신 [thebell note]

이효범 기자공개 2016-08-30 08:04:08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9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은 지난 23일 오전 화주와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한 통의 서신을 보냈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담은 자구안 제출을 앞두고 한진해운이 직면한 상황을 외부에 설명하는 의도로 작성된 문서였다. 한진해운을 두고 법정관리 가능성 등 여러 의혹이 불거지자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서신에는 용선료 조정 협상 타결이 임박했고, 내달 2일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무리 없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구안을 토대로 채권단과 좋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골자다. 그동안 7000억 원의 신규자금 마련 여부를 두고 팽팽한 입장차를 견지해 왔던 한진해운과 채권단이 접점을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은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기존 자구안에 포함된 대한항공 유상증자, 용선료 협상, 선박금융 상환유예 등에 더해 한진그룹 계열사와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을 합해 1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이 더해졌다.

이마저도 채권단이 2000억~3000억 원을 선지원 해야 하고 오는 2017년까지 7월까지 자금이 부족할 경우 1000억 원 한도 내에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조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규모를 산정하지는 않았다. 앞서 자율협약을 마무리 한 현대상선의 자구안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한진해운의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를 사실상 포기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실제로 그룹차원에서 한진해운을 지원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더벨이 확인한 결과 조 회장은 자구안 제출을 앞두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지난 22일 또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조 회장은 추가지원을 요구했고 이 회장은 그룹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결국 양 수장들은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한진해운이 화주와 고객사들에게 서신을 송부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한진해운은 그러나 서신에서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에 대해 긍정적 전망만 부각시켰다. 특히 채권단의 채무 재조정과 관련해 '채권단에서도 기존에 제시한 종전의 채무 재조정안에서 출자 전환 비율 추가 조정을 검토 하는 등 조만간 좋은 결론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그동안 출자전환 비율을 현대상선 사례처럼 50%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줄곧 밝혔다. 채권단에 사실을 확인한 결과 "(한진해운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 비율을 추가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화주와 고객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내용이 여과없이 서신에 담긴 셈이다. 물론 서신 때문에 화주나 고객사가 피해를 입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된 게 없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따져 볼때 한진해운이 자구안을 제출하더라도 서신에 표현한 것 처럼 '좋은' 혹은 '만족할만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도 한진해운의 자구안은 채권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를 고려할 때 한진해운이 화주와 고객사들에게 서신을 보내가며 굳이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한진해운 측은 이에 대해 "영업본부 인력들이 화주 등에게 한진해운의 상황을 설명할 때 참고하려고 만든 비배포용 자료였다"며 "그런데 영업본부에서 화주와 고객사들에게 이 자료를 일괄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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