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12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금융회사의 최대 화두는 '고객 수익률'이다. 고객에게 수익을 안겨줘야 고객이 자신의 재산을 맡긴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객을 그저 봉으로만 보지 말고, 고객의 재산을 불려주고서 수수료를 받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배경에 깔려 있다.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공모펀드의 성과보수 도입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성과가 나면 성과보수를 받되, 성과가 없으면 기본보수만 받으라는 것이다.
사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은 법률에 명문화되어 있다. 자본시장법은 집합투자업자·투자자문업자·투자일임업자·신탁업자에게 선관의무와 함께 충실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충실의무(fiduciary duty)'란 재산을 맡긴 고객과 금융회사 간에 이익이 충돌하면, 항상 고객의 편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펀드의 투자자·투자자문(일임) 고객·신탁 수익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업무를 수행하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일본 금융청은 충실의무를 금융회사 감독과 검사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의 개발·판매·운용에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가계의 금융자산이 투자상품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회사의 현실은 어떤가. KEB하나은행은 올 3분기 신규 추천상품으로 계열 관계에 있는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블루칩바스켓펀드를 선정했다. 하나UBS블루칩바스켓펀드는 KEB하나은행에서 60% 이상 판매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펀드 판매 시점에 고객에게서 0.5%의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 이후에도 매년 성과에 상관없이 1.00%의 판매 보수를 떼어 간다. 다행히 이 펀드의 수익률은 괜찮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 관계인 한국투신운용의 베트남 펀드 한국투자베트남증권자투자신탁1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 2006년 설정된 이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13.02%다. 수익률과 상관없는 판매보수는 1.05%나 된다.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상품은 기가 막힌다. 보험회사는 판매 시점에 보험료의 약 12%를 사업비로 가져 간다. 변액보험펀드의 운용회사는 고객이 손해를 봐도 꼬박꼬박 운용·일임 보수를 챙긴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펀드인 글로벌커머더티주식형이 단적인 사례다. 이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52.75%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펀드에서 매년 0.63%의 운용보수를 받는다.
그런데 얼마 전 주목할 만한 상품이 나왔다. 교보증권의 '스마일 투게더 랩'이라는 투자일임 상품이다. 이 상품에는 성과보수 외 판매수수료·중도해지 수수료·기본보수가 없다. 고객에게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아무런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높은 수익률이 나오면 회사는 25%의 성과보수를 받는다.
선언적 문구에 불과한 고객수익률보다는 이런 금융상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래야 고객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말에 믿음이 생긴다. 신뢰가 쌓이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돈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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