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19일 08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월 'J트러스트'로 주인이 바뀐 JT저축은행은 기업여신을 확대하면서 대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SC(스탠다드차타드)저축은행 시절 기업여신을 기피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탄탄한 자본여력과 수신이 용이한 경기도 분당에 거점을 둔 지리적 여건이 기업금융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출영업 외에도 올 하반기나 내년에는 새로 진출한 할부금융 취급액을 늘리는데 주력, 니치마켓(틈새시장) 확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JT저축은행은 총자산 6329억 원 수준의 중형급 저축은행이다. 성남시 분당에 본점을 두고 경기도와 전라도, 제주도를 영업구역으로 삼고 있다. 본점영업부와 경기 안양지역에 출장소 1개, 호남지역(광주, 목포) 지점 2개로 총 4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1월 SC은행에서 J트러스트로 대주주가 바뀐 뒤 나타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여신 증가다. 6월 말 기준 JT저축은행의 총 대출금은 5190억 원으로 전년 동기(2589억 원)대비 2배 정도 늘었는데 그 중 기업대출은 597억 원에서 2180억 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에서 42%로 증가했다.


그간 개인금융에 치중돼 있던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위해 기업금융팀을 신설하고 운송사업자 대출, 대부업체 대출 등 기업금융에 영업력을 집중한 결과다. 작년 6월 말 JT저축은행의 가계·기업대출 비중은 23대 77로 가계금융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JT저축은행의 전신인 SC저축은행이 기업금융을 기피하고 소매금융에 집중하는 경영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JT저축은행 관계자는 "SC 시절에는 중소기업대출, 법인대출, 사업자담보대출 등은 결재안을 올려도 위에서 승인을 거의 해주지 않았다"며 "당시 SC캐피탈·저축은행은 본사 소비자금융부문에서 관할하고 있어 기업여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JT저축은행의 탄탄한 자본여력은 기업여신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했다. 작년 6월 말 BIS자기자본비율은 49.07%에 달했다. 자산이 적고 여유자금이 많다보니 건당 액수가 큰 기업여신을 확대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올 6월 말에는 BIS비율이 19.08%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14.53%)을 웃도는 수준이다.

*2016년 상반기 경영공시

주 영업구역인 경기도가 수신여건이 좋은 지역이란 점도 한몫했다. 성남, 수원 등에는 금리 민감도가 높은 수신고객이 많아 수신금리를 0.1%p만 더 줘도 자금 확보가 용이한 편이다. 특판을 통해 하루 만에 한 지점에서 80억 원을 모은 적도 있다. 이 정도 수신규모는 저축은행의 본사가 많이 위치한 서울 강남권에서도 쉽지 않은 금액이다.

JT저축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는 여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업금융, 개인금융, 스탁론 및 주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각종 여신상품의 비율을 20%씩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균형감 있는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JT저축은행은 규모가 작아 대형저축은행보다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작년 3월 취임한 최성욱 JT저축은행 대표(사진)가 초기부터 구상한 일이다. 증권맨 출신의 최 대표는 옛 미래저축은행(현 JT친애저축은행) 인수 작업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J트러스트 그룹으로 영입된 뒤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와 JT친애저축은행 이사를 거쳐 현재 JT저축은행 대표로 왔다.

최 대표가 취임한 후 JT저축은행은 기업금융 확대, 햇살론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에 힘을 쏟았다. 준법감시부서가 매일, 매월, 매분기 주기적으로 각 부서를 체크하는 체제를 갖춘 것도 이 때부터다. 다행스런 점은 전신인 SC저축은행이 은행계라 부실자산이나 부정적 영업관행이 거의 없어 여타 부실저축은행에 비해 회복이 순조로웠다.

향후엔 이자마진 위주의 경영방식을 탈피해 비이자수익 확대에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다. 가장 눈여겨보는 니치마켓은 할부금융이다. JT저축은행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할부금융업 등록을 마치고 올 6월 'JT할부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의료기기, 전자제품, 운동기기, 인테리어 등 각종 내구재를 신용카드 없이 분납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다. 앞으로는 할부금융의 메인스트림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등으로 취급품목을 넓힐 예정이다.

JT저축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나 내년에 할부금융 포트폴리오를 키울 방침"이라며 "지난달까지 할부금융 신규취급액은 한 12억 원 정도로 아직은 부진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민금융 역할을 위해서 중금리 신용대출 '파라솔'도 가이드를 바꿔서 새로 런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