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순실 후폭풍]위기의 현대차, '출구전략' 찾을까④'내수부진·최순실 사태' 겹악재, 가업승계 목적 지배개편 수면 위
이호정 기자공개 2016-11-24 08:50:00
[편집자주]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넘어 경제·문화·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정경유착' 의혹에 다시 휩싸이게 된 재계는 강도 높은 개혁과 경제민주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최순실발(發) '나비효과'가 향후 국내 경제와 재계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3일 07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 기부에 이어 최순실 씨 측으로부터 일감 제공까지 강요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업과 품질논란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외풍을 맞으면서 경영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등 갈길이 먼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수 점유율 회복 과제에 이어 가업승계 등 당면 과제 해결에 상당한 자금과 시간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수 판매부진·최순실 측 일감지원 논란 이중고
현대차그룹은 미르재단에 85억 원, K재단에 43억 원 등 총 128억 원을 출연했다. 이는 삼성(204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검찰은 지난 8일과 13일 각각 현대차그룹의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박모 부사장과 정몽구(사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출연기금에 대한 강압성과 대가성 여부를 조사했다.
박 모 부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만 해도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금을 출연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임단협이 진행 중이었고 중국과 멕시코 공장 착공 등 현안 이슈가 많아 최순실 게이트 관련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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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회장이 조사를 받은 후 "내부적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로, 부사장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비밀리에 오너까지 소환한 것은 다소 지나친 처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파업과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그룹의 악화된 경영사정이 겹치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파업과 품질논란이 일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최근 10개월(1~10월) 간 국내 판매량은 24만 6555대로 전년 동기대비 6만 1560대나 줄었다.
판매량이 줄면서 내수시장 점유율은 60% 아래로 꺾였고,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SU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은 3분기 누적 기준 108조 909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조 1016억 원으로 8.7% 감소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6.4%에서 5.6%로 소폭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정 회장이 2006년 6월 현대차 비자금 사건 이후 10년여 만에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침체됐다. 현대차그룹이 당초 밝힌 것과 달리 기금 출연 외에 최 씨 측에게 일감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욱 구석으로 몰렸다.
일부에서는 최근 내수 부진 속에 악재가 겹치면서 현대차그룹의 경영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불안한 소유구조, 지배구조 개편 험로
최순실 게이트는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이슈를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이번 검찰의 수사가 일단락되면 기업 규제와 관련된 정치권 외풍이 거세게 불어 닥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20대 국회에는 다양한 기업 규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돼 있는 데다 최근 롯데그룹의 분쟁으로 순환출자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해당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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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곧바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서야 한다. 현재 지배구조가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기 때문이다. 즉 기아차에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16.9%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소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의 지분 스와프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나 현대차, 기아차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차 2.3%, 기아차 1.74% 등에 불과하다. 따라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이 크게 떨어져 경영권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 현대자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각각 분할해 지주사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기업 인적분할시 자기주식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지주사 제도가 오너나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손쉽게 강화해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면서 역풍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던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도입도 이번 사태로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경제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기업 규제와 관련된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몇몇 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도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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