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보고' 김용환 회장, 농협금융을 바꿔놓다 [thebell interview]②스피드 강조 김 회장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 올해, 내년 화두는 IT·글로벌"
정용환 기자공개 2016-12-01 09:57:33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9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터뷰 도중 휴대폰이 수시로 울린다. 힐끗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이내 덮어버린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얘기다. 김용환 회장은 인터뷰가 시작하자마자 스피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김 회장은 "비즈니스에 있어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건 스피드인데 그러려면 휴대폰으로 빠르게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지금은 자연스러워진 휴대폰 보고가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은 "점잖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은 농협 조직인지라 처음에 휴대폰으로 보고를 하라고 했을 땐 이 사람들이 '어떻게 회장님한테 휴대폰으로 보고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또 굉장히 편하게 바로바로 답을 해주고 결정만 내려주고 하니까 이젠 불편함 없이 휴대폰으로 보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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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의 결단이 없었으면 시작도 못했을 일이다. 김 회장은 "그간 농협금융은 충당금을 적게 쌓아두고선 이익이 났다며 5% 가까운 배당을 해왔더라"라며 "내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길래 그 타이밍에 빅배스를 걸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때 안 걸고 있었다가는 하반기에 가서 회복기간이 짧아지니까 노력을 안 하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빅배스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김 회장이 가장 먼저 한 건 부실채권 현황을 낱낱이 평가하는 작업이었다. 김 회장은 "시나리오별로 워스트(Worst), 배드(Bad), 노멀(Normal)을 솔직하게 다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했다. 농협은행 직원들도 그 때까진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부실 대비 충당금을 적립해야할지 알지 못했다"라며 "그 때 타이밍을 잘 잡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IT와 글로벌 전략이다. 김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통합 IT센터를 세웠다. 또 농협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올원뱅크를 오픈하면서 개방형플랫폼, 선택형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덧씌웠다. 다양한 핀테크업체들이 올원뱅크와 협업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 역시 농협은행 계좌가 없이도 올원뱅크 내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농협금융은 중국진출의 합자 파트너인 중국공소집단유한공사(이하 공소그룹)에 올원뱅크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오자마자 통합 IT센터를 구축하라고 했고 요새도 일주일에 서너번씩 센터를 방문한다"며 "그 덕에 우리는 핀테크가 아주 빠르다. 올원뱅크만 해도 선택형이고 개방형 플랫폼으로 구성한 건데 최근엔 중국 공소그룹에 우리 올원뱅크 시스템을 수출하려고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의지는 최근 발표된 농협금융지주의 조직개편안에도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농협금융은 기존의 3본부 1분사 9부 1단 형태의 조직체계를 앞으로는 3부문 9부 1단으로 간소화하는 방식의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통합 신설된 사업전략부문 산하에 글로벌전략부와 디지털금융단을 신설했다. 농협은행 역시 디지털뱅킹본부와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디지털 뱅킹본부 내 핀테크사업부를 두는 방식의 조직개편을 단행키로 했다.
김 회장은 "금융이 금융을 갖고만 사업을 하려고 해선 안된다"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고 또 디지털이나 핀테크를 같이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3회 출신이다. 동기로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 행시를 치른 김 회장은 다른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임에도 쟁쟁한 동기들 가운데 유일하게 현장에 남아있다.
김 회장은 "동기들 중에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내가 군대를 갔다오고 해서 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며 지금도 종종 만나고 잘 연락하고 지낸다"고 말했다.
행시 동기들 외에도 김 회장이 아끼는 별도의 사교모임이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시절 한국 금융계의 18년 숙원이던 생명보험사 주식 상장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생했던 이들과 만든 '상우회(上友會, 상장을 해낸 벗들의 모임)'가 그 것이다. 김 회장은 당시 자문위원이던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 오창수 한양대학교 교수, 최진영 보험연수원장을 비롯, 전·현직 변호사 및 회계사들과 두 달에 한 번씩 상우회 모임을 갖는다.
계속 현장에서 일을 하는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나는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며 "일은 사무실에서만 하는 스타일이이라서 일거리를 집에 가져간 적이 한 번도 없고 주말엔 주로 아내와 드라이브를 가거나 영화를 보러 많이 다닌다"고 대답했다.
김 회장은 오는 2017년을 어떻게 전망할까. "미국 대선에 따른 금리 인상에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사업적인 부분에선 퇴직연금과 핀테크, 글로벌 진출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김 회장은 전망했다. 올 한 해 짧은 시간 안에 내실을 다지는데 성공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농협금융과 김 회장의 2017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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