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09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생보사 3곳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한 문제를 다음주까지 연기했다. 최종 징계수위가 확정될 금융감독원 제재심위원회(이하 제재심) 이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기 위해서다.

다만 대형 생보사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전체를 지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제재심에서 역전을 노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 3곳은 금감원에 중징계 처분을 통보받은 것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날까지 사유서를 제출하려다 막판에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했으며, 소명자료를 제출했던 교보생명도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한 연장을 청원했다. 금감원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16일까지 마감 시한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이달 초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 4곳(알리안츠생명보험 포함)에 중징계 제재를 통보했다. 영업권 반납이나 대표이사 해임권고가 포함된 초강경 제재 조치였다.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에 알리안츠생명이 백기를 들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고심하는 이유는 대법원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으나 금감원은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전액 지급하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금감원 조치를 따를 경우 주주들에게 배임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다.

현재 대형 생보사는 자살보험금 중 일부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법상 약관 위반에 대한 과징금 등 제재조치가 가능해진 2011년 이후 발생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는 곧 있을 제재심에 대비해 논란이 될 수 있는 법률적 문제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재심은 금융사 및 그 임직원의 제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게 위해 설치된 합의제 기구로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다. 제재를 받을 금융사에 마지막 소명 기회를 주는 법정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제재심은 민간위원 6명과 당연직 3명 등 총 9명의 표결로 제재를 결정한다. 만일 금융사가 민간위원을 설득할 수 있다면 제재 수위를 크게 하향 조정할 수 있는 구조다.

대형 생보사는 소명서를 통해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된 법률적인 논거들을 토대로 자살보험금 전체를 지급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에 민간위원을 설득하기 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일부 자살보험금을 지급해 보험업법상 제재근거가 없어진다면 더욱 문제가 간단해질 수 있다.

실제 금감원에서 제재를 벼르고 있더라도 제재심에서 법률상 근거가 미약하거나 없어 징계 수위가 낮아지거나 제재를 받지 않았던 일이 적지 않다. 보험권역에서는 2013~2014년에 있었던 '삼성생명 금리연동형 보장성 보험 최저보증이율 보증비용 강제 징수' 사례를 들 수 있다.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월납보험료의 3~3.4%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삼성생명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금감원은 2013~2014년에 걸쳐 두 번이나 징계 조치를 내리려 했다. 그러나 제재를 위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번번이 제재심에서 삼성생명의 논리에 밀려 판정패를 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영업권 반납이나 대표이사 해임권고 수준의 제재가 제재심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앞세운 대형 생보사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만큼 제재가 내려진다 하더라도 수위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