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CIB 매트릭스 실험 성공할까 CIB센터로 시너지 모색…컨트롤타워 '옥상옥'구조 비효율 우려
임정수 기자공개 2017-01-02 11:45:00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9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이 투자은행(CIB)과 자산관리(WM) 부문에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했다.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 부문의 대형화가 이뤄져 은행-증권 간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IB 부문에서는 은행-증권 복합 점포인 CIB센터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의 협업 체제도 기대된다.하지만 당분간 매트릭스 조직 운영에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병 증권사 KB증권의 IB 부문 컨트롤 타워가 여러 단계인 옥상옥 구조여서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매트릭스 조직 운영 경험 부재도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 CIB 매트릭스 조직 세팅 완료…CIB센터·대형PF 협업체제 구축
KB금융그룹은 지난 12월28일 전귀상 은행 CIB그룹 부행장을 지주 CIB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면서 전 부사장이 지주-은행-증권 3개 계열사의 CIB그룹을 총괄 지휘하게 된다.
KB증권은 전날 부장단 인사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9개 본부에 총 26개 부서를 배치해 본부별 부서별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IB와 경쟁할 채비를 모두 갖췄다.이로써 현대증권을 인수한 KB금융은 그룹 IB그룹 조직 세팅을 모두 완료했다.
전귀상 부사장은 CIB센터를 중심으로 은행-증권 간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최근 IB 부문의 시너지를 위해 주요 거점 지역에 CIB센터를 개점했다. 테헤란로 판교 CIB센터, 가산 CIB센터 강남 CIB센터, 오창 CIB센터, 부산 CIB센터 등이다. 은행 기업금융지점과 증권 IB 기능을 합친 기업투자금융 특화형 복합 점포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 기업금융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SOC 등의 대형 프로젝트와 부동산 부문에서도 은행-증권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전 부사장은 지난해 인천공항철도 PF를 수주해 딜을 완료하는 등 발전, 도로, 철도 등 SOC 분야에서 유수의 딜을 유치하고 자금을 조달하는데 정통한 그룹 내 핵심 전문가로 통한다.
KB금융 관계자는 "KB증권이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세 번쩨로 IB 부문의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게 됐다"면서 "은행과 증권의 영업 파이프라인이 확대되면서 IB부문의 영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의사결정 컨트롤타워 '옥상옥' 구조 극복해야
KB금융은 앞서 KB증권의 각자 대표로 전병조 사장을, IB본부 총괄본부장으로 김성현 부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전 대표는 KB증권의 IB본부와 홀세일(Wholsale)본부를 총괄해 맡고, 김 부사장은 KB증권 내 9개 IB본부의 영업을 지휘하게 된다. 9개 본부 각 본부장 위로 김성현 IB 총괄 본부장, 전병조 대표, 전귀상 지주 부사장이 있는 일종의 '옥상옥' 구조다.
이는 신한금융투자의 매트릭스 조직과 차별화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우영웅 IB그룹 부사장(신한은행 부행장 겸직)을 중심으로 기업금융1본부, 2본부 등 직능별 IB 본부가 배치돼 있다. 지주사에 CIB 총괄 부사장을 두고 증권 내 각자 대표와 IB 총괄 본부장까지 두고 있는 매트릭스 조직은 업계 첫 시도다.
이 때문에 KB금융의 의사결정 구조가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 부문의 컨트롤타워가 많아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등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 3개 증권사 중 가장 보고 체계가 복잡하고 단계가 많다"고 평가했다.
KB금융의 실험이 당분간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유기적인 협업 체계, 각 본부에 대한 권한 위임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증권업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운영의 묘를 살려야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중심의 엄격한 리스크 관리 문화도 극복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중심적인 시각으로 증권 IB 딜을 보면 대부분 리스크가 커 보일 수 있다"면서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특성과 역할을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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