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06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ETF의 '습격'이라 표현할 만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상당히 위협적일 겁니다. 국내 운용사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최근 만난 자산운용사 임원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체제로 굳어가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큰 변수가 생겼다. 중국남방자산운용(CSOP), 블랙록(BlackRock) 등 글로벌 운용사들이 ETF를 팔겠다고 도전장을 던진 것. 이들은 국내 주요 로펌들과 손잡고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운용사가 국내 시장에서 ETF를 판매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타깃은 명확하다. CSOP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등록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몇몇 기관에서 재간접펀드 출시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랙록 역시 연기금, 보험사, 운용사 등 전문투자자들과 접촉 중이라는 게 관계자 여럿의 증언이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틀림없는 호재다. 잠재 고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들이 ETF 등록 뿐 아니라 상장도 추진할 수 있게 노력 중"이라며 "국내 시장규모가 한 단계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ETF의 국내 상장'은 거래소의 연간 사업계획에 꾸준히 포함되는 단골손님이다.
국내 운용사에겐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SSGA) 등 글로벌 ETF의 수수료는 국내 상품보다 훨씬 낮다. 합성의 방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지수와의 추적오차도 상대적으로 적다. 국내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본, 대만, 홍콩 등 주요 아시아 거래소에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ETF가 여러 종목 상장돼있지만 한국 시장만큼은 예외였다. 역외 상품에 대한 투자자 수요는 나날이 증가 추세다. 국내 ETF와 글로벌 ETF가 직접 경쟁하는 상황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단지 시간 문제였을 뿐.
국내 운용사들이 뾰족한 해법을 갖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해외시장 진출은 미미하며, 글로벌 운용사만큼 기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글로벌 ETF의 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국내 운용사들이 더 늦기 전에 자생력을 갖춰야한다는 의미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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