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원칙, '현실성·자율성' 방점 [스튜어드십코드 개막] ② 영국 모델 토대, 업계·국내 상황 반영…"중장기적 변화 기대"
서정은 기자공개 2017-01-12 09:46:0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6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지난달 베일을 벗었다. 이번에 발표된 7가지 원칙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조격인 영국 사례에 충실하면서도 국내 실정을 반영했다는 점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7개 원칙 제시, 기능 강화 위한 권고 마련…영국·일본 사례 참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달 19일 7개의 원칙과 세부 지침을 규정한 스튜어드십 코드 수정안을 공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 2015년 3월 코드제정위원회가 출범한 뒤 1년 9개월 만에 완전히 베일을 벗게 됐다. 기관투자자들은 스스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의사를 밝히고, 돌아오는 정기 주주총회부터 약속된 지침에 따라 이를 이행하면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에는△ 수탁자 책임 정책 공개 △이해 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에 대한 주기적인 보고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 ·전문성 확보 등이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마지막 원칙인 '기관투자들의 전문성 확보'다. 영국, 일본, 홍콩 등이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여섯가지 원칙과 달리 마지막 원칙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삽입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가 폐쇄적이고,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권고 부문도 새로 마련했다. 제정위원회는 권고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내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제시했다. 권고 내용은 △ 2년 주기로 코드 세부내용의 적정성 점검 △ 해설서 작성, 해외사례 소개 △ 참여 기관투자자 등에 대한 개별적인 점검 등을 담았다.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는 한국 상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로서 자발적으로 이행 의사를 밝힌 기관에만 적용된다. '원칙 준수, 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이 적용되므로 세부지침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
◇ 원칙 강조하되 자율성·현실성 높여…"의미있는 시도" 환영
이번 최종안을 보면 2015년 12월 공개됐던 원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원칙과 지침에 있어 일부 표현을 누그러뜨렸고, 구체적으로 적시됐던 사례가 제외된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초안의 세 번째 원칙을 보면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회사를 '지속적으로 점검·감시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최종안에서는 '감시'라는 단어가 빠졌다. 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행상충과 관련한 상세한 지침도 빠졌다. 대신 효과적이고 명확한 정책을 마련하고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 주기도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세번째와 여섯번째 원칙에서는 '주기적으로'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각 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했다는 설명이다. 원칙에 따른 안내지침도 대폭 줄었다. 예를 들어 원안에서는 이해상충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례가 열거됐으나, 최종안에서는 이 부분이 모두 삭제된 것이다.
이번 최종안을 두고 업계에서는 자율성, 현실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안내지침 내에 적시된 구체적인 사례를 빼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제정위원회에서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기관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책임 부문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는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문화를 바꿔줄 의미있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이미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계기로 내부 조직이나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무리없이 안착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성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보다 앞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만 봐도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단계인 '티어(Tier)1' 수준의 기관투자자 비율은 58%대에 불과하다"며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시일을 두고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해나갈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