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묵비권 불가능'...파급 효과 주목 [스튜어드십코드 개막] ③업무나 비용 증가 우려...의결권 자문업계 활성화 기대
김일권 기자공개 2017-01-12 09:47:0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9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 관련 업계에 미치게 될 영향과 이에 따른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부적으로는 의결권 행사를 위한 자문업계 활성화 등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결권 행사에 대한 묵비권 불가능..기관투자가 성향 파악후 선택 가능
제도 도입 후 가장 먼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이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시기를 미루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시기는 전반적으로 늦어지게 됐다. 국민연금 외에도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선두권 자산운용사들이 제도 도입 의지를 밝힌 상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으로 국내 관련 업계 전반에 미치게 될 영향 중 가장 큰 것은 제도 도입 취지에도 나와 있듯이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상장사들의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주요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전체의 2.4%에 그칠 정도였다.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상 민감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의 사유에 대해서는 항상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은 이 같은 묵비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는 의결권 행사를 하기 위한 절차를 정하고 이를 공개해야 하며, 또한 의결권 행사 내용과 그 이유 또한 외부로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 등을 선택할 때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기관투자가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유관 기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투자가들이 공개하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내용을 집계하고 공개할 예정이다.
◇ 의결권 자문업계 활성화 전망..이행 여부 점검 협의체 설립 필요성 대두
이같은 긍정적인 측면 외에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업무나 비용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뿐만 아니라 투자대상 회사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요구하고 있는 등 관련된 업무가 적지 않다.
일부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기존의 사내 리서치 조직이나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업무를 병행하게 전망이다. 작은 규모의 기관투자가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새로운 인력을 뽑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외부 자문 기관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력을 뽑는 비용보다 외부 기관에 자문 서비스를 맡기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서너 곳에 불과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외부 자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의결권 자문 업계의 활성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 여부 점검과 관련된 이슈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표하면서 이행 여부 점검도 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도를 만든 기관이 점검까지 하게 되면 여러가지 이해 상충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정부 당국에서 직접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상장사 의결권 행사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다.
또다른 대안은 협의체를 발족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비롯해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유관기관들과 정부 당국 관계자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방안이 상당히 유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원칙이 제정되고 발표된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나올 수 있는 시점"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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