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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IFRS17 자본확충 부담완화책 봇물 금융당국·보험사, 혼란만 가중…자본확충 자구노력 본질 회피

안영훈 기자공개 2017-01-12 10:00:26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1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갖가지 자본확충 부담 완화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근거없는 자본확충 부담 완화책들로 인해 오히려 보험사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당장 4년이란 짧은 기간동안 자본확충, 시스템 구축 등 IFRS17 도입 준비를 끝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기준을 내세운 핑크빛 전망, 현실성이 없거나 고금리 역마진 부담 해소라는 단편적인 면만 강조한 대책들이 보험사의 낙관적 기대심리만 키워 본질적인 대책인 자본확충 자구노력을 소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IFRS17 도입에 대비해 재무건전성 감독제도 선진화 종합로드맵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 금융감독 당국에서조차 근거없이 제기되는 시장의 보험사 자본확충 부담 완화책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원 한 고위 관계자는 11일 "IFRS17 도입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보험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라며 "부채 시가평가 반영으로 재무제표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보험사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적어도 자본잠식에는 빠지지 않도록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등 자구노력을 해야 하는데 자구노력은 안하고 자꾸 근거도 없는 시장의 자본확충 부담 완화책들만 요구하고 있으니 답답한 심경"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융감독 당국의 속을 썪이거나 보험사의 혼란을 키웠던 대책들은 다양하다.

지난해 초 한국회계기준원이 발표한 IFRS17 기준서 자료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시된 예시를 IFRS17 기준서상 실제 기준으로 착각해 보험유관기관에서 4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던 보험사 자본확충 부담규모를 7조~20조 원 수준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당장 보험업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보험사 CEO들은 IFRS17 자본확충 부담이 대폭 경감된 것으로 이해했고, 이후 자본확충 및 시스템 구축을 주장하던 리스크담당 임원들을 사실을 침소봉대한다며 질책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적용 가능성이나 득실조차 따지지 않은채 소개되는 규제 완화 해외 사례들도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지난해 하반기 한 보험유관기관에서는 '주요국의 저금리정책 대응 및 시사점'이란 주제로 보험CEO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조찬간담회에서는 저금리 지속에 따라 국내 보험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고, 여기에 IFRS17·신지급여력제도 도입으로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국내보다 한발 앞서 저금리를 겪으며 어려움에 봉착했던 일본과 대만 등의 해외 보험사가 어떻게 해당국의 규제 완화로 금리역마진 준비금 적립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며, 국내 금융감독 당국도 해외 보험감독 당국처럼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해당 자료를 인용해 국내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국내 현실과 맞지 않은 요구가 대부분이었다. 금융감독 당국은 해당 사례들이 국내에서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소개됐던 일본 보험감독 당국의 규제 완화책은 2013년 단행했던 보험금액 삼각 및 예정이율 인화 등의 계약조건 변경이었다. 일본은 생명보험사 7곳, 손보사 2곳 등 총 9곳의 보험사가 저금리로 인한 금리역마진으로 파산한 상황이었다. 일본 보험감독 당국은 금리역마진을 위험률차익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가격 자율화에 나섰고, 보험금액 삭감 및 예정이율 인하 등의 계약조건 변경 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보험사가 지속 영업이 곤란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보험계약자가 받아야 할 돈을 줄여 보험사의 영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보험사 파산이란 특수상황에서만 적용이 가능한 제도였다. 아무리 국내 보험사가 저금리와 IFRS17 도입시 경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지만 아직 일본처럼 대규모 파산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도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생명보험사가 수두룩하다. 미래에 현실화되지 않은 어려움을 근거로 보험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강제로 줄일수는 없다. 심지어 대규모 생명보험사 파산사태를 맞았던 일본의 경우도 계약조건 변경 당시에도 많은 반발에 부딪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조찬간담회에서 소개된 또 다른 사례는 대만의 생명보험 상품 전환 허용이다. 이 사례조차 국내에 적용이 힘든 내용을 주로 담고 있으나 마치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할 수 있지만 못하고 있는 듯한 내용으로 소개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자본확충 뿐"이라며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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