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생명공학, 장고 끝 악수…최악 타이밍 IPO 도전 상장 의도적 연기, 패착…실적 하락, 중국 사드 보복, 화장품주 침체 '삼중고'
이길용 기자공개 2017-01-13 13:36:05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1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마스크팩 시장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SD생명공학이 기업공개(IPO) 투자자 모집을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2015년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지난해 초 상장을 추진했던 SD생명공학은 지난해 실적 상승을 자신하고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얻기 위해 상장을 늦췄다. 하지만 실적은 SD생명공학의 계획만큼 늘지 않았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이 현실화되면서 SD생명공학은 최악의 타이밍에 수요예측을 실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SD생명공학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투자자 모집을 위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 5000~1만 8000원으로 제시했으며 공모 규모는 900억~1080억 원으로 추산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3509억~4211억 원으로 예상된다.
2008년 설립된 SD생명공학은 자체 브랜드 'SNP화장품'을 통해 마스크팩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SNP화장품은 마스크팩 시트에 동물 모양을 가미한 'SNP애니멀 마스크팩'과 '바다제비집 라인' 등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중국인들이 웨이보에 SNP화장품 동물 마스크팩을 붙인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을 타면서 SD생명공학의 실적은 2015년 급증했다. 2014년 97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15년 746억 원으로 8배가량 급증했다. 같은기간 순이익도 26억 원에서 183억 원으로 늘었다.
2015년 엄청난 실적 상승세를 바탕으로 SD생명공학은 당시 7월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SD생명공학 IPO 주관사 멘데이트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대표 주관사로 낙점을 받았고 미래에셋대우는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SD생명공학은 지난해 상반기 이전에 상장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2016년에도 드라마틱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얻어내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SD생명공학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795억 원, 213억 원, 165억 원을 기록했다. 연환산 기준으로는 2015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갈 수는 있지만 SD생명공학이 원했던 수준의 상승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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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주의 주가 폭락도 SD생명공학에는 악재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산업으로 화장품과 면세점이 지목됐다. 지난 3일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는데 탈락한 제품 28개 중 19개가 애경산업 등 한국 업체의 생산품으로 알려졌다. 증명서 미비, 제품 성분 문제 등을 근거로 제재를 가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14~2015년 가장 핫한 섹터 중 하나였던 화장품주는 사드 보복 조치 현실화로 주가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 지난해 최고 44만 원에 육박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올해 1월 들어 30만 원대가 깨지기도 했다. SD생명공학과 마찬가지로 마스크팩이 주력인 제닉도 지난해 초 3만 원을 바라보던 주가가 1만 3000원 대로 폭락했다.
2015년 IPO 시장에서 화장품 공모주들의 몸값은 부르는게 값이었다. 주가수익비율(PER) 30배는 기본으로 생각하는 화장품 비상장사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부터 화장품주들의 거품이 빠지면서 현재는 PER 20배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SD생명공학의 연환산 순이익 222억 원을 적용하면 공모가 기준 PER는 16~19배로 추산된다. 눈높이를 낮췄지만 화장품 섹터에 대한 투심이 3년 간 최악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 모집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섹터에 속한 상장사들의 주가가 지난해 중순부터 폭락하고 있다"며 "중국과 연관되지 않은 화장품 기업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사드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화장품 공모주들은 이전과 같은 관심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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