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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강한기업]동운아나텍, 비(非)엔지니어의 뚝심, 팹리스 회사 키웠다①아날로그 반도체 20년 집중, '끊임없는 R&D' 세계 1위 꿰차

신수아 기자공개 2017-01-31 10:00:47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6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어를 전공했던 한 남자가 어느 날 반도체에 꽂혔다. 반도체 설계 회사를 설립한 그는 시장의 트렌드를 읽는 혜안으로 어느덧 세계 일등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동운아나텍 김동철 대표(사진)의 이야기다.

동운아나텍은 2006년 설립된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자동초점 구동 반도체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38%. 이는 2015년 기준 세계 1위의 자리다. 라이징 스타(rising star)로 시작해 10여 년 만에 슈퍼스타(super star)로 자리매김한 동운아나텍의 성장 스토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동운아나텍_김동철_대표
1987년, 김동철 대표는 5년 여간 잘 다니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무역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그를 독립으로 이끌었다. 무모한 도전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을 뒤로 하고 김 대표는 지체 없이 반도체 수출입 전문 무역회사 '동운상사'를 설립했다.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견했던 그는 이듬해 '동운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꾸고 대형화를 꾀했다.

그의 실행력은 적중했다. 회사는 꾸준한 성장세를 그렸다. 하지만 유통·무역업 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했다. 동운인터내셔널은 2000년 반도체 설계 분야(팹리스)로 사업 기반을 확대한다. IMF발 경제위기부터 닷컴버블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산재한 악재조차 동운인터내셔널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반도체 설계 사업에 진출한 이후 첫 개발품은 휴대전화와 컴퓨터간 데이터 송·수신 기능의 USB트랜시버(USB Transcevier)였다. 개발에 성공이후 3년 동안 LG전자·팬택앤큐리텔·대만 콤팔(Compal) 등 당시 국내외 유수 기업들에게 2000만 개 이상을 공급했다. 한 발 빠른 김 대표의 혜안은 어느 새 동운인터내셔널을 연간 500억 원의 매출(2003년)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당시 영업이익도 10억 원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시장의 변화를 감지했다. 2000년 대 접어들며 휴대전화에 등장한 카메라는 점차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었다. 카메라 없는 휴대전화를 상상할 수 없는 세상도 멀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년 간의 연구 끝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 사용되는 '자동초점(Auto Focus) 구동칩(Driver IC)'을 개발했다. 그때가 2004년이었다.

동운인터내셔널의 팹리스 사업은 점차 탄력을 받고 있었다. 그러자 지속적인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시장 변화를 주시하던 반도체 유통 업체들이 사내 팹리스 사업을 분리시키던 시점이기도 했다. 김 대표 역시 분사를 결심했다. 2006년, 동운인터내셔널은 팹리스 사업을 스핀오프해 '동운아나텍'을 세웠다. 국내 반도체 시장의 형성 초기부터 사업을 유지해 온 동운인터내셔널의 노하우와 마케팅 역량은 그렇게 동운아나텍으로 이식됐다.

동운아나텍의 초심은 아날로그 반도체로 맞춰졌다. 반도체 기술은 크게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나뉜다. 디지털 반도체가 연산과 논리 기능을 담당한다면, 아날로그 반도체는 디지털 연산 결과를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신호로 변환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디지털 칩이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과 기계가 완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반도체의 발전이 동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을 특화시킨다는 의미로 '아날로그 테크놀로지'의 약자인 '아나텍'을 사명에 차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생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독보적인 기술과 탁월한 제품력도 무명의 브랜드 앞에선 초라해졌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의 전자 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동운아나텍을 각인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때 일본 소니(SONY)가 눈에 들어왔다. 2년 여를 일본을 드나 들었다. 밤낮으로 비행기를 타며 업무 협의 요청에 응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2년 후 소니 전 제품에 반도체를 납품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아냈다.

동운아나텍의 다음 목표는 중국. 일본 최고 전자기업에서 인정받은 제품력을 강조했다. 더불어 퀄컴 등 글로벌 AP(Application processor) 회사에 제품 코드를 등록하기도 했다. 이는 AP 제품의 최적화된 부품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미지근하던 중국의 반응도 차차 달라졌다. 동운아나텍의 노력이 만리장성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2009년 심천에 지사를 설립하고 중국 수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일본·미국·대만·중국 상하이까지 글로벌 거점을 확대했다. 현재는 국내 전자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중국의 화웨이(Huawei)와 샤오미(Xiaomi)등 스마트폰 제조사 수십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젠 그 어떤 스마트폰 제조사도 동운아나텍을 의심하지 않는다.

동운아나텍의 성장 동력은 '끈기'였다. 핵심 동력으로 떠오른 AF 구동칩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개발이 곧 성장임을 잊지 않았다.

설립 이듬해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플래시 LED 구동칩과 디스플레이 LED 구동칩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LED 구동칩은 가정용 조명부터 자동차용 광원까지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2009년에는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핵심 반도체인 DC-DC 변환기(AMOLED DC-DC converter, 특정 전압의 직류를 다른 전압의 직류 전원으로 변환시키는 전자회로)도 자체개발했다. 세계적으로도 한 두 업체만 생산 가능한 첨단 기술로 평가받는 영역이다.

전체 직원가운데 70%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운 동운아나텍. 세계 1등의 타이틀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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