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09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0월 GS리테일은 상장 이후 첫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처음인만큼 유통채널을 담당하는 국내 애널리스트 대다수가 참석했고 질의응답이 길게 이어졌다. GS리테일은 그러나 이후 컨퍼런스콜 개최를 잠정 중단했다.컨퍼런스콜 중단은 일반적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GS리테일의 경우 시장의 실망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을 키웠다는 점이 특이하다. 애널리스트들은 중단 소식을 접하고도 "현시점에서 컨콜을 못 한다기보다는 잠시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GS리테일이 점점 진화한 형태의 IR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컨퍼런스콜 2.0 버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GS리테일은 2014년까지만 해도 단순 숫자나열 방식에 그쳤던 IR 자료를 제공했지만, 지난해에는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과 업황 설명, 주요 채널의 숫자까지 명시했다. 컨퍼런스콜로 투자자 친화정책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GS리테일이 기업설명에 인색한 유통업계의 갈증을 풀어준 점도 관련 시도를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키웠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롯데쇼핑 정도가 애널리스트에 초청장을 발송해 폐쇄적 컨퍼런스콜을 운영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시도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측이 밝힌 컨퍼런스콜 중단의 표면적 이유는 컴퓨터 메신저와 수화기를 통해 동시 진행되는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전국 회의에 이미 사용하고 있던 시스템을 활용했지만, 막상 컨퍼런스콜에 적용해보니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면에는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부담감, 업무 과중 우려 등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컨퍼런스콜 데뷔전을 치르는 입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여러 질문에 답하며 자칫 답변이 무성의하다는 느낌을 줄 도 있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IR업무 편의를 위해 컨퍼런스콜을 진행했지만, 되려 문의가 늘었다는 점도 중단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시도가 매끄럽기는 힘들다. 당일 참석자들은 잡음이 들리는 수화기를 들고도 인내심을 발휘했고, 기대감을 담아 "향후에도 컨콜을 진행할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편리함보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창구일지 모른다. 두 걸음 전진을 위한 한 걸음 후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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