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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생명, 한 발 앞서 위험관리 체계 고도화 [2017 RM전략]채희성 CRO "규제 철저 대비, 역마진·듀레이션 문제없다"

윤 동 기자공개 2017-02-21 11:02:21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0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의 부채 듀레이션 확대 규제 강화는 현재 대부분 보험사 리스크 관리 부문이 당면한 최대 과제 중 하나다. 대부분 보험사는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하기 위해 안정적인 자산에 장기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과거 판매했던 금리확정형 보험부채에 발목을 잡혔다.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만큼 수익을 올릴 수 없는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공제조합에서 민영보험사로 탈바꿈한 농협생명보험은 이 같은 고민에서 벗어나 있다. 농협생명은 금리확정형 보험부채가 많지 않다는 점을 원동력 삼아 다른 보험사보다 한 발 앞서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채희성 부사장-1

농협생명의 위험관리책임자(CRO)인 채희성 부사장보(사진)는 "최근 부채 듀레이션 확대 규제 강화 때문에 다른 보험사는 자산 듀레이션 확대에 애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농협생명은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적정수준으로 연동시켰기 때문에 당장 규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금리리스크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농협생명의 금리연동형 보험부채 비중은 80% 수준으로, 많더라도 50~60%에 불과한 다른 보험사와 큰 차이가 있다. 금리연동형 보험부채는 자산운용이익률 및 외부 시장금리 등에 연동하는 방법으로 부담이율을 대폭 낮출 수 있어 역마진 우려가 적다. 또 현행 RBC제도 상 금리연동형 상품은 부채 듀레이션이 짧기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의 부채 듀레이션 확대 규제 강화에도 금리확정형 상품만큼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국 농협생명은 금리연동형 보험부채가 많은 덕에 역마진과 자산·부채 듀레이션 연동 문제에 대한 대비를 손쉽게 마칠 수 있었다. 다른 보험사가 사활을 걸고 두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채 CRO는 "다른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 확대 등 규제 강화가 본격화되면 RBC비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다른 보험사와 농협생명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다른 생보사가 예고된 규제에 고민하는 동안 농협생명은 한 발 앞서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공제 시기부터 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가 가장 철저한 은행권의 체계에 발맞췄던 노하우 덕에 보험권역에서 가장 먼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협생명은 다른 보험사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wn Risk and Solvency Assessment, ORSA)'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ORSA는 보험사 스스로 비계량위험 평가 및 위기상황 분석 결과를 감안해 내부 요구자본을 산출토록하고, 리스크 관리 취약점을 발굴해 이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현재 금융감독 당국이 아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농협생명은 발 빠르게 준비에 나섰다.

NH농협금융이 활용하고 있는 관리 시스템인 리스크 대시보드도 도입했다. 리스크 대시보드는 농협생명의 모든 리스크 관리 내용을 보고서 한 장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농협생명은 올해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및 환율 변동 등 해외자산 투자를 확대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 지표를 대시보드 체크리스트에 포함시켜 중점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 CRO는 "ORSA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전담인력을 배치해서 나름대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ORSA 시스템을 구축해 최초로 금융감독 당국에 승인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준비해봐야 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우리가 가장 빨리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슬며시 자신감도 내비쳤다.

한편 채 CRO는 NH농협금융에서 자금운영 업무를 오랜 기간 맡아온 가용자본 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농협생명의 CRO로서 요구자본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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