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케이뱅크·위비뱅크 절묘한 '줄타기' 모바일뱅크·인터넷은행 동시 관여.."콘셉트·경쟁 영역 겹쳐"
신수아 기자공개 2017-04-10 10:01:41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7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며 금융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의 핵심 주주로 참여한 우리은행은 표정관리가 한창이다. 앞서 '위비뱅크'를 전면에 내세우며 모바일뱅크에 힘을 실어 온 우리은행은,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연일 흥행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예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준비가 한창인 개별 서비스들은 하반기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각 담당 부서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현재 어떤 서비스가 먼저 출시될지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직불 간편 결제·해외 송금·모바일 방카슈랑스·신용카드·원터치 모기지론 등 전 분야의 금융 서비스를 아우를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청사진은 낯설지 않다. 주주사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와 일견 닮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위비뱅크는 위비예금·위비대출·위비외환(환전/송금)·위비보험/펀드·위비페이·로보어드바이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중금리 대출 역시 위비뱅크가 앞서 도전한 분야다. 위비 모바일 대출이 출시될 당시 이는 '시중은행 최초의 중금리대출'로 소개됐다. 위비 모바일 대출은 핀테크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을 통해 별도의 서류제출이나 신용등급 심사 없이도 대출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시중은행 최초로 24시간 대출실행이 가능해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위비 모바일 대출은 그동안 제1금융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상품으로 꼽힌다. 통상 은행은 1~5등급까지의 고객을 위주로 영업을 하지만 이 대출은 6~7등급으로 고객군을 확장했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제 2금융권을 이용하며 10% 후반~20%대의 고금리를 이용했던 고객이 주 타깃이었다. 이 상품의 지난 1월 2일 기준 금리는 최저 5.58%에서 최고 9.50%까지 형성돼 있다.
최근 케이뱅크가 선보인 중금리대출 상품의 최저 금리는 연 4.19%, 간편소액대출 상품인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5.5%로 설정됐다. 내부 신용평가 시스템이나 세부적인 상품 설계는 차이가 있지만 콘셉트는 위비 모바일 대출과 흡사하다.
또한 우리은행은 위비 전용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우대 금리가 적용되면 예금 상품은 최대 1.8%, 적금 상품은 2.0%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출시 당시 금리 매력도가 상당히 높은 상품으로 꼽혔다. 한편 케이뱅크가 최근 선보인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1.68%~2.65%. 우대 금리 기준은 다르지만 금리 경쟁력은 유사한 수준이다.
사실상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인터넷은행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온 셈이다. 우리은행의 '위비'브랜드는 디지털 혁신 기술이 접목된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다. 시중은행의 무거운 이미지를 버리고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제공해 고객들의 일상에 녹아들어갈 수 있는 전략을 취했다. 동시에 IT의 발전으로 기존 금융산업의 벽이 허물어지는, 요즘 인터넷은행 트렌드를 따라잡아야한다는 복심도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뱅크 선두주자와 1호 인터넷은행의 주역이 된 우리은행은 위비뱅크와·케이뱅크를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은 불가피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핀테크 역량을 강화하고 금융 트랜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며 "위비뱅크는 우리은행의 독자적인 노하우를 통해 운영되고, 케이뱅크는 전 주주사의 모든 역량이 투입돼 운영되는 만큼 차별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케이뱅크는 준비 법인 단계부터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면면을 살피고 연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우리은행의 베테랑 직원 20여 명도 공모 절차를 통해 케이뱅크에 입사했다. 단 3년 후 원한다면 우리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앞선 관계자는 "위비뱅크에서 중금리 분야를 다루지만, 일반 시중은행에서 4~7등급의 중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할 수 없다"며 "이는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 충분히 부각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비뱅크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공유하고 인터넷은행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면 종국엔 금융권 전체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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