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길 오른 '케이뱅크', 길 잃은 대주주 'KT' 핵심 역할은 '자금력'...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희망
신수아 기자공개 2017-04-07 09:28:00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5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본격적인 출항 길에 올랐다. 대대적인 오픈 행사로 존재감을 뽐낸 케이뱅크는 영업 첫날 부터 4만 여 개의 수신계좌를 유치했다.성황리에 첫 발을 디딘 케이뱅크와 함께 단연 주목받는 기업은 KT다. 설립 초기부터 구심점이었던 KT는 사실상 '대주주'를 자청해왔다. 차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케이뱅크의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실제 KT의 입지는 곳곳에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케이뱅크의 데뷔 무대는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렸다. 두시간 여 진행된 오픈 행사에서 심성훈 은행장 바로 곁에는 황창규 KT회장이 자리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등과 함께 소위 '명당'으로 여겨지는 맨 앞줄이었다.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과 NH투자증권 김원규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한 대다수 주주사들이 뒷줄에 앉은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사명 역시 KT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케이뱅크의 'K'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1호라는 의미의 코리아(Korea)에서 따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이를 두고 KT를 의미하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여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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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곳곳에서도 KT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서비스 일부가 KT와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또한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에도 KT의 역량이 투여됐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체크카드는 KT의 자회사 BC카드와 협업을 통해 탄생했으며, '음원이용권'을 이자로 돌려주는 예금 상품은 KT 계열사 지니뮤직(구 KT뮤직)을 통해 구현됐다. 현재 전국 곳곳의 KT 대리점은 케이뱅크의 마케팅 채널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인터넷은행의 핵심 가치를 관통하는 측면에서 KT의 역할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핵심은 ICT와 금융의 결합이지만, 자본력을 밑바탕으로 해야 가능한 게 국내 현실에 맞는 인터넷은행이다.
KT는 케이뱅크의 비금융주력사 주주 가운데 가장 탄탄한 자금력을 갖췄다. 그러나 현재 이는 케이뱅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상 KT의 역할론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어야 완성될 수 있다. 자금 수혈을 통해 초반 기초 체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의 키(Key)를 쥐고 있는 게 KT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초반 자본금은 2500억 원. 현재 절반 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케이뱅크의 지분은 KT가 전체의 8%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은행·GS리테일·NH투자증권·다날·한화생명 등 5개 업체가 각각 10%, 그리고 기타 15곳의 주주가 나머지 42%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사업자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는 최대 10%(의결권은 4%)에 불과하다.
만약 KT가 차등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싶어도, 타 주주의 증자가 동반되지 않으면 지분율이 변동된다. 이는 현행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21곳의 주주 가운데는 스타트업 등도 포함되어 있어, 여타 주주의 자금 동원력을 담보할 수 없다.
대주주를 자청해 온 KT지만 사실상 갈 길을 잃은 셈이다.
심성훈 은행장은 지난 3일 오픈 행사에서 "현행 법상 KT컨소시엄 내에서 KT가 대주주가 되기는 힘들다"라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1개 주주사와 지금과 같은 비율로 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통과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증자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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