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신탁 불법 '연계 자전거래'...증권사·투자자 암묵적 거래 [증권사 CP 파킹] ①투자자금·CP만기 미스매칭 운용…수십조 규모 추정
이승우 기자공개 2017-06-08 14:44:59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6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 증권사 신탁이나 랩 계정에서 사들인 고금리 기업어음(CP, ABCP 포함)을 B 증권사에 맡겨 두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처음 맡겼을 때 가격과 동일하게 다시 사들이는 행위, 즉 연계 자전거래는 증권가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흔히 CP 파킹으로 불리는 연계 자전거래 규모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CP 파킹은 랩·신탁 상품과 투자자금의 만기 미스매칭을 극복해 고금리를 받으려는 투자자와 고금리를 미끼로 투자 자금을 모으기 위한 증권사간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벌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연계 자전거래는 불법이다.
◇CP 파킹, 연계 자전거래 구조는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현대증권 전 고객자산운용본부장 이모씨(55) 등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전 신탁부장 김모씨(51)등 3명을 각각 벌금 700만 원에 약식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우정사업본부와 고용노동부 등의 연기금을 유치하기 위해 총 834회에 걸쳐 이들 기관에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수익 보장을 문제 삼기는 했지만 현대증권 사례가 CP 파킹을 이용한 연계 자전거래의 전형이다. 연기금의 자금을 받은 후 현대증권은 상품 만기보다 긴 CP를 사들이는 일명 미스매칭 거래로 높은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A가 만기 6개월 신탁으로 CP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증권사는 시장금리(1.5%로 가정)보다 높은 1.8%를 제시한다. 증권사는 투자자금의 만기와 같은 6개월 CP를 사지 않고 1년~3년 만기 CP를 사들이면서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금리는 높다. 증권사가 사들인 3년 만기 CP 금리가 2.5% 정도라고 가정하면 6개월 시장금리와 만기 3년 CP 금리의 중간 정도를 A 투자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A 투자자와 계약한 만기 6개월이 지나면 증권사는 만기 3년짜리 CP를 매각해서 투자금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 CP를 잠시 맡겼다가 다시 돌려받는 방법을 쓴다. 돌려 받을때 금리는 시장 상황과 상관 없이 맡길 때 금리 그대로인 2.5%로 받게 된다. 이 행위가 바로 CP 파킹이다. 파킹한 CP는 여전히 2.5%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다음 투자자들에게도 시장보다 높은 금리를 다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면서 또 투자자금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CP 파킹 기간에 시장금리가 변동할 수 있으나 파킹을 담당하는 증권사와 맡기는 증권사간 암묵적인 합의로 금리는 변동이 없게 된다"며 "이같은 연계 자전거래는 랩과 신탁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증권사에게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혀 있다"고 말했다.
◇수십조 CP파킹 시장 형성 "공공연한 사실"
자본시장법상 자전거래는 불법이다. 때문에 채권형 랩과 신탁을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다른 증권사에 매각한 것처럼 보이게 해서 다시 사들이는 파킹을 통한 연계 자전거래로 감독당국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물론 감독규정에는 자전거래와 더불어 연계 자전거래도 불법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조사에 나서지 않는 한 단번에 확인하기 힘들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CP 파킹 기간을 늘리면서 감독당국의 눈을 피하고 있다. 하루짜리 파킹이 아니라 일주일 혹은 보름으로 그 기간을 늘리면서 실제 매매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파킹했다가 내일 돌려 받는 익일 파킹거래는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대부분 일주일 혹은 보름, 한달 정도 맡겼다가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형성된 CP 파킹 시장이 수십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20여개 증권사들의 채권형(CP 포함) 신탁 잔고는 76조8205억원이다. 같은 기준 20여개 증권사들의 채권형 랩 잔고는 45조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랩과 신탁 잔고의 3분의 1 정도가 CP 파킹을 통해 운용되고 있는 자금으로 보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하면 20조~30조 원대 CP 파킹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CP 파킹, 즉 연계 자전거래를 활용하는 랩·신탁 운용 방식을 업계에서는 미스매칭이라 부른다"며 "투자자도 알고 증권사도 알고 감독당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형 랩과 신탁을 운용하는 증권사 중 삼성증권을 제외하고 이런 거래를 하지 않는 증권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