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31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신라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동화면세점 떠넘기기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김 회장은 상환 능력이 없으니 호텔신라 측에 위약벌로 동화면세점 지분을 가져가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변제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호텔신라는 채무불이행 문제를 풀어줄 열쇠로 '롯데관광개발(이하 롯데관광)'을 점찍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롯데관광 지분만 유동화해도 미상환 금액을 갚고도 남는다는 논리다. 결국 소송이 진행되면 동화면세점 이슈가 롯데관광그룹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호텔신라는 지난 4월 김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 대금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동화면세점 지분 매매 대금 788억 원을 돌려달라는 것이 골자다. 사안은 간단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문제들로 얽혀있다.

동화면세점과 김 회장, 호텔신라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은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던 롯데관광을 돕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61.56% 중 19.9%를 호텔신라에 넘긴다. 당시 거래 대금은 600억 원이었다.

양 측은 거래를 하면서 추가적인 옵션을 건다. 동화면세점은 계약일로부터 3년 후 해당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호텔신라는 지분을 다시 김 회장 측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가져간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끝난 2016년에 벌어진다. 호텔신라는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김 회장 측에 투자원금 600억 원과 이자 116억 원을 합친 총 716억 원에 동화면세점 지분을 되사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디폴트(채무불이행)은 선언한다. 변제 능력이 없으니 거래 당시 담보물로 제공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위약벌로 가져가라는 주장이다.

이에 호텔신라는 올해 초 행사 지체에 따른 가산금 72억 원까지 더해 총 788억 원을 갚으라고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이후 양 측간 평행선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호텔신라는 법적 대응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변제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소송 전략을 짠 모습이다. 김 회장이 변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거래를 이행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 측 또한 "동화면세점 지분을 재매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자금 여력을 증명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롯데관광'을 꺼내들었다. 롯데관광은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여행 업체다. 김 회장이 지분 43.55%를 보유하고 있고, 가족 회사인 동화투자개발도 34.16%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신라가 롯데관광을 점찍은 이유는 지분 현금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롯데관광은 상장사로 시가 총액이 4000억 원에 육박한다. 당장 김 회장 소유분 시가만 하더라도 1660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김 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롯데관광 지분 일부를 팔아 충분히 미납금을 갚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호텔신라는 김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 대금 청구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롯데관광 주식 가압류 절차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에 김 회장이 갖고 있는 롯데관광 주식 1111만 2000주에 대해서는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현재 추가로 잔여지분 865만 여에 대한 가압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관광을 타깃으로 삼고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 측은 빚을 못 갚았으니 담보물을 가져가라는 논리를 견지하고 있다. 주식매매 계약 내용에 따라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 측 관계자는 "이미 김 회장이 주식매매 계약과 질권설정 계약에 따라 담보로 맡겨놓은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고 통보했다"며 "따라서 호텔신라가 지금 주장하는 김 회장의 주식매매대금 반환 의무는 계약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호텔신라가 제기한 주식매매 청수 소송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