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투자개발, 동화면세점 백기사로 등장하나 김기병 회장 소유·수천억 자산 보유, 과거 롯데관광 돕기도
박창현 기자공개 2017-02-02 10:06:19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1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짜 계열사 동화투자개발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동화면세점의 백기사로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화투자개발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일가 가족회사로 보유 부동산과 투자 자산만 30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과거 경영난을 겪었던 롯데관광개발을 도와준 경험도 있다.동화투자개발이 그나마 자금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동화투자개발의 향후 행보가 김기병 회장의 호텔신라 풋옵션 상환 의중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동화면세점은 현재 채무불이행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 호텔신라에 줘야할 800억 원의 자금을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면세점과 호텔신라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김기병 회장은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던 롯데관광개발을 돕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61.56% 중 19.9%를 호텔신라에 넘긴다. 당시 거래 대금은 600억 원이었다.
양 측은 거래를 하면서 추가적인 옵션을 건다. 동화면세점은 계약일로부터 3년 후 해당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호텔신라는 지분을 다시 동화면세점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가져간다.
문제는 계약기간이 끝난 2016년에 벌어진다. 호텔신라는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동화면세점 측에 투자원금 600억 원과 이자 116억 원을 합친 총 716억 원에 동화면세점 지분을 되사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동화면세점은 해당 금액을 상환하지 않으면서 1년 여의 시간이 더 흐른다. 이에 호텔신라는 행사 지체에 따른 가산금 72억 원까지 더해 총 788억 원을 갚으라고 올해 초 다시 한번 요구하고 나선다.
이제 시장의 눈은 동화면세점과 김기병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동화면세점은 사실상 해당 채무를 짊어질 여력이 없다. 동화면세점은 2015년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50%에 달한다. 이미 금융권 차입금만 해도 1000억 원이 넘는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3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기병 회장이 동화투자개발을 자금줄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화투자개발은 부동산 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김기병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재 동화투자개발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액만 1600억 원이 넘는다. 상장사인 롯데관광개발 주식도 1610억 원 어치나 갖고 있다. 임대 및 관리 수입으로 벌어들이는 영업수익만 연간 100억 원 대에 달하고 있다.
동화투자개발은 이미 계열사 자금 지원 백기사로 활약한 전례가 있다. 2015년 롯데관광개발이 용산 개발사업 실패로 충당 부채가 급격히 늘자 동화투자개발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도움을 준다. 당시 동화투자개발은 제주도 부동산 투자 개발 이권(계약금 1000억 원 포함)을 롯데관광개발에 넘기는 현물출자 형태로 증자에 참여한다. 그 결과 롯데관광개발 보유 지분율이 19.04%에서 34.16%로 오른다.
동화면세점도 작년부터 동화투자개발의 도움을 일부 받고 있다. 동화투자개발은 2015년 제주도 호텔신축용 토지를 팔아 800억 원의 현금을 마련한다. 유입 자금 중 240억 원 가량은 차입금 상환에 쓰고, 100억 원을 바로 동화면세점에 대여해줬다.
동화면세점이 스스로 채무를 상환한 여력이 되지 않은 만큼 결국 이번에도 동화투자개발에 손을 빌릴 가능성이 높다. 3000억 원이 넘는 토지와 건물, 투자주식 자산을 유동화할 경우, 자금 상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국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기병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병 회장 스스로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자금 지원 계획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기병 회장이 면세점 사업은 포기하고 동화투자개발과 롯데관광개발을 두 축으로 그룹을 재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동화면세점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자금 상환에 나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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