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08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잘나가는 제주항공의 고민 중 하나는 사업 초기 리스로 도입한 항공기 반납에 투입되는 정비 비용이다. 설립 초기 항공기 확보 차원에서 반납시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는 리스사의 다소 무리한 계약을 받아들인 게 화근이었다.

다소 무리한 리스사와 계약 조건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반납 시점에 투입되는 정비비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1200억 원의 비용 지출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제주항공은 오는 2018년까지 사업 초기에 도입한 10대의 항공기를 반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대 당 최소 50억 원에 달하는 정비비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리스계약이 종료된 항공기 2대를 반납하면서 대략 100억~150억 원을 정비비를 장부에 반영했다. 이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떨어졌다.

항공기를 도입할 당시 리스사와 맺은 불리한 계약이 원인이었다. 낮은 신용도 탓에 리스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항공기를 8년간 사용 후 원래 상태로 복구해야 한다는 다소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항공기를 도입하는 게 급선무 였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는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에 정비비가 이처럼 불어날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불리한 계약조건으로 도입한 항공기는 아직 8대가 남았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3대와 5대를 반납해야 한다. 지난해 반납한 항공기의 정비비용을 적용하면 2018년까지 약 800억~1200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비비는 제주항공 실적의 돌발변수가 됐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제주항공의 주가는 지난해 상장 당시 공모가인 3만 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가 항공기 연장 사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년 이상 노후 된 항공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8년 동안 사용했던 항공기의 연령은 대부분 16년이다. 리스사 입장에서도 단기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항공기를 재임대하기 쉽지 않다.

항공기를 처음 도입할 당시와 비교해 제주항공의 협상력도 커졌다. 제주항공은 2010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이후 점차 성장궤도에 올랐다. 매출액은 2013년 4323억 원, 2014년 5106억 원, 2015년 6081억 원, 2016년 7476억 원 등 불어났다. 매출 증가와 맞물려 항공기도 늘어났다. 2013년 13대에 머물던 항공기 수는 지난해까지 26대로 2배나 늘었다.

제주항공은 올해도 6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한다. 앞으로 매년 6대의 항공기를 새로 도입해 2020년을 기준으로 총 50대의 항공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리스사 입장에서 제주항공은 놓칠 수 없는 고객이 된 셈이다.

리스사와 협상은 반납 시일이 임박한 8대의 항공기를 향후 3년 동안 재사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대신 반납시 항공기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정비비 부담 조건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반납이 예정된 3대의 항공기는 이미 재연장을 마쳤다. 내년 반납해야 하는 5대의 항공기 가운데 2대도 재연장이 확정됐다. 현재 남은 3대의 사용 기한 연장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반납 시기가 도래한 항공기에 대해 정비비 부담 조건을 없애는 형태로 리스사와 재계약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리스 항공기 도입과 반납을 전담하는 팀을 꾸리는 등 사업 노하우를 점차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도입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