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회사채 물량 보장, "현실성 없다" [SK증권 매각]계열사 이사회 권한 침해, 강행시 배임 가능성…일감 몰아주기 제재도 부담
민경문 기자공개 2017-06-27 10:37:54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3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증권 인수 후보들이 M&A 이후 SK그룹으로부터 회사채 등 계열사 영업 물량을 보장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채 인수단 등의 결정권을 가진 계열사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 계약의 조건으로 삼을 경우 자칫 배임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 당국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재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SK그룹은 상반기 2조 5100억 원어치의 비금융 회사채를 발행했다. 국내 대기업 집단 중에서는 세 번째로 많았다. SK증권은 이 가운데 8820억 원어치를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35%가 넘는 비중이다. 2위인 KB증권(14.94%)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계열사이기 때문에 SK그룹 회사채의 주관 업무는 맡지 못하지만 인수단으로서 최대한 물량 지원을 받은 셈이다. SK증권의 전체 인수 실적으로 보면 41% 넘는 비중이다. SK증권을 포함해 한화증권, HMC투자증권 등 상당수의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같은 형태로 거래를 진행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이 SK증권의 인수 매력도를 높이는 건 맞지만 자칫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인이 바뀐 이후에는 SK그룹 차원의 인수물량 지원이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SK증권 인수 후보들은 일정 기간 현 수준의 커버리지 유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회사채 발행 시 주관사나 인수단 결정은 개별 이사회가 결정한다. 만약 물량 보장이 공식화된다면 이를 그룹 컨트롤 타워에서 통제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 회사채 업무 수행 능력이나 비용 규모와 상관없이 과거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SK증권에 물량을 밀어줄 경우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증권만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회사채 발행 시 물량을 달라고 요청하기 어렵게 됐다"며 "SK증권 인수 후보 역시 SK그룹과 회사채 물량 보장을 공식화하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자끼리의 친분 관계에 따라 적절히 물량이 배분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LG투자증권이었다는 이유로 LG그룹 회사채 물량을 상당부분 받아갔던 전력이 있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회사채 인수 및 주관 시장에서 선두권을 놓치지 않은 대형 증권사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정당성을 가질 수 있었다. 자기자본 4110억 원의 중소형 증권사인 SK증권과 다르다는 얘기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둘러싼 따가운 시선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진행중인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실태점검 결과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된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SK증권이 향후 매각되더라도 이는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무적투자자(FI) 등을 중심으로 한 인수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SK증권 인수 이후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결국 매각 가격으로 반영돼 SK증권 입찰 전반의 흥행 저하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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