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8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금융지주사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빅데이터 등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정보 공유가 허용되어야 한다며 공감대도 형성되는 분위기다.아직 타 부처와의 조율,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남아있어 구체화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께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보 유출 우려가 있지만 국내 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 변화를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곳이 있다. 금융지주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사다. 이들은 오히려 고객정보 공유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증권·보험·캐피탈·저축은행 등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가 허용되면 시너지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현행법상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이지만 지주사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당장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당분간 지주사 전환을 논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서 기업은행의 속앓이가 시작된다. 앞으로 고객정보 공유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고 타 금융그룹 또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임원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달리 시중은행과 경쟁을 하지만 불공정한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했다.
물론 아직 논의 중이라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 다만 기업은행이 다른 금융그룹과 동일한 출발선에 서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고객정보 공유의 사각지대에 머물면서 경쟁에서 도태되면 그 피해는 기업은행에만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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