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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聯, 지배구조 개선 시도..금융위 관문 넘나? [은행연합회 회추위 검토]③은행장·정부 설득이 관건, 정부 입김에 '유명무실' 우려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7-07-03 09:13:00

[편집자주]

전국은행연합회가 설립 89년만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도입을 검토 중이다. 총회와 금융위원회 승인 관문을 넘어설 경우 회장 선출의 투명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검토 시기가 왜 지금인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회추위 설립 추진 배경과 향후 운영 방안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9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설치를 검토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회장 선출 방식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권 적폐 청산에 동조하는 만큼 회추위 설치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새 정부 정책 코드에 맞는다고 해도 수많은 회원사들과 금융위원회가 순순히 동의한다고 낙관할 수 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넘어야 할 산 많은 '정관변경'

회추위를 통해 회장 선출이 이뤄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총회에서 사원은행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회추위를 설치하기 위해선 정관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정관에는 '정관변경은 회장 또는 정사원의 3분의1 이상의 발의에 의해 총회에서 정사원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34조)'고 돼 있다.

현재 회추위 문제는 은행연합회 내부 검토 단계다. 아직 회원사인 은행들과 의견을 나눈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회추위 구성과 관련해 은행장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힘 있는 당국 출신' 인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각종 현안을 잘 처리하려면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장은 "은행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고 관료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남아있다"며 "아직 회추위와 관련한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추위를 통한 회장 선출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한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을 갖고 있고, 매번 반복됐던 소모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장들의 동의를 얻어내는데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문제는 금융위의 허가 여부다. 은행연합회가 민간단체인데다 투명한 선출 절차 마련이란 명분을 감안하면 금융위가 총회의 동의를 얻은 정관변경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회장 자리가 민간 조직임에도 사실상 금융위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던 게 그간의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연합회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달갑지만은 않다.

여기에 아직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소위 윗선의 의중을 알 수 없다는 점도 변수다. 은행권 관계자는 "회장 선출의 투명성 제고란 명분을 갖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의중에 반하는 정책을 펴기 어렵다"며 "금융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 입김 막을 수 있나

총회 동의와 금융위 허가를 받아 회추위가 설치 되더라도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을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회추위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고 있는 다른 금융협회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경우 지난해 회장 선출 과정에서 민간출신 인사들이 후보로 나섰지만 '○○○ 후보 뒤에 누가 있더라' 같은 소문이 돌았다. 이 때문에 회장 선출 과정 내내 흑색선전이 난무하기도 했다. 2015년 회장을 선출한 금융투자협회 역시 마찬가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거래소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협회장 자리는 관치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선임 전후 항상 논란이 돼 왔다"며 "항상 어김없이 금융당국 배후 조종설이 불거진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추위를 설치한다 해도 정부와 당국 출신의 밥그릇 챙기기 등 고질적인 인사 병폐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회추위를 설치해 회장을 선출하냐 안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은행연합회가 당국의 아무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회장을 선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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