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쿠팡 1조 물류투자는 왜 실패했나 [치킨게임 E-커머스]원가 높고 익일배송 차별화 안 돼…제3자배송도 법에 막혀 불가능

이서윤 기자공개 2017-07-06 08:20:42

이 기사는 2017년 07월 05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1조원을 들인 물류 투자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쿠팡이 물류 센터를 유동화하면서 매각 수순을 밟고 있고 실적 개선도 요원해보인다.

쿠팡의 물류 실험이 실패한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관련 규제 탓이란 지적이 많다. '로켓배송'과 쿠팡맨 직접 고용이란 파격을 보였으나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택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었고 제3자물류 사업도 법규제 탓에 불가능해 신사업 확충이 힘들었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4월 부동산 신탁사 아시아신탁과 인천 및 이천 덕평 두 곳의 물류센터를 담보로 3000억 원의 대출을 받는 신탁 계약을 맺었다. 여신계약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물류센터가 매각될 우려도 있다. 물류센터 유동화 외에도 국내 한 캐피탈사와 함께 배송차량 유동화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센터와 배송차량은 모두 쿠팡이 야심차게 준비한 물류 혁신의 핵심이었다.

쿠팡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누적 적자로 인해 운영자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영업손실의 이면에는 물류투자로 인한 비용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쿠팡은 2014년부터 물류 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며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대규모 물류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냈다.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1조1000억 원의 자금이 종자돈이 됐다.

쿠팡 경영실적
출처: 쿠팡 감사보고서

당시 유통뿐 아니라 물류업계에서도 '무리한 투자'라는 평가가 잇따랐지만 쿠팡 측은 물류혁신을 내세우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국에 축구장 102개 규모(73만㎡)의 물류센터를 설립했고 3500여명에 달하는 배송인력도 채용했다. 투자 결정 후 불과 2년여 만이다.

전국 익일배송과 친절한 '쿠팡맨' 배송서비스는 업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체뿐 아니라 전통 유통사들까지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쿠팡의 외형을 키우는 데도 한몫 했다. 2014년 3500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이듬해 1조1337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는 2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그러나 물류투자는 쿠팡의 수익성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켓배송을 위한 물류비 부담이 만만치 않고 대형 물류회사들에 비해 원가 경쟁력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류업계에서 추산하는 쿠팡의 배송단가는 건당 약 9000원~1만원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형 물류사가 건당 2500원 수준에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원가 차이가 상당하다.

원가가 떨어지는 것은 한 택배회사가 취급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다양한 물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대형 물류사와 달리 쿠팡은 자체 판매상품만 배송해준다. 외부 물품을 배송하는 것도 어려워 물량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

쿠팡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인 익일배송 역시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오히려 당일 배송을 내세우는 택배회사도 있을 정도다.

배송직원 '쿠팡맨'은 초반 관심을 끌긴 했으나 인건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땅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은 익일배송 인프라 자체가 혁신이고 유료화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무료 익일배송이 안착한 상황에서 굳이 물류투자를 무리하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쿠팡맨 서비스도 초기에만 반향이 있었고 최근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성을 관리하려면 중장기적으로 물류센터를 지역별로 통합하거나 줄이는 형태로 원가개선, 적자축소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물류센터
쿠팡 물류센터 전경

쿠팡이 일반 택배사들처럼 제3자 배송을 제공하면 물류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제3자 배송은 쿠팡이 외부의 물건을 위탁 받아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택배 회사들이 이같은 형태의 물류 구조를 보인다.

지난해 규제 완화 움직임도 있었지만 정권 교체로 인해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당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는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누구든지 등록만 하면 배송 업무가 가능하도록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업용 화물차(노란 번호판)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는 쿠팡의 배송차량은 일반 자가용 화물자동차(흰색 번호판)로 제3자에게 유상으로 화물 운송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다른 관계자는 "화물운수법 개정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신규 수익처를 발굴할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권 교체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면서 "물류 내재화보다 다른 분야에 조단위 투자를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측은 "물류 투자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했던 것이고 배송 유료화 같은 수익 사업은 검토하지 않는다"면서도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익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