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5조 밸류' 여전히 유효한가 [치킨게임 E-커머스]소프트뱅크 성장성 주목해 5조5000억원 평가…2년새 성장성 둔화에 손실 커져
이경주 기자공개 2017-06-28 08:32:59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7일 1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년 전 신생 이커머스 업체 쿠팡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이하 EV)를 5조 원 수준으로 평가할 때 중요 지표로 삼은 것은 '성장성'이다.2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기업가치를 그대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쿠팡은 2010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의 기업 가치 평가 방식으론 평가가 불가능하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에비타) 등 이익지표를 활용한 통상적인 방식으로 EV(기업가치) 산정이 불가능했다.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할 당시도 마찬가지다. 손 회장은 쿠팡이 고성장을 지속해 알리바바와 같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대체할 것이라 믿고 1조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적절한 시점에는 이익을 낼 것이라 기대했다.
손 회장은 2015년 초 특수목적법인(SPC) 소프트뱅크그룹인터내셔널을 투자주체로 1조1000억 원을 투자해 쿠팡(당시 포워드벤처스) 지분 20%를 확보했다. 지분 100%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5000억 수준으로 평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손 회장이 에비타가 아닌 총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를 기준으로 EV를 산정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통상 투자 주체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에비타를 활용해 EV를 산정하고 투자한 금액 가치에 대한 근거로 삼는다. 투자 목적인 자금회수(Exit)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기 때문이다.
쿠팡과 같은 벤처기업은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미래가치'를 토대로 EV를 평가한다. 미래가치는 결국 성장성이다. 유통기업의 경우 시장 영향력을 나타내는 총거래액 성장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IB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업체의 기업공개(IPO) 사례를 보면 업종 수익성이 적정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아 이익에 대한 멀티플을 줄 수 없어 기존 방식 산정이 무의미 하다"며 "때문에 GMV에 업계 평균 멀티플(EV/GMV)을 주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GMV는 투자 시기 직전 년도 현황보다는 가까운 미래 예측치를 대입할 때가 많다. 대개 GMV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과거 현황을 단순 대입할 경우 EV가 저평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손 회장은 과거 쿠팡 투자자들보다 쿠팡의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손 회장에 앞서 2014년 5월 미국 세콰이어캐피탈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1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1억 달러(약 1025억 원)를 투자했으며 그해 말엔 블랙록 컨소시엄이 3322억 원을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2조 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쿠팡은 GMV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을 GMV보조 수치로 활용할 수 있다. 블랙록 등이 투자한 2014년 쿠팡 매출은 3485억 원이다. 전년 대비 629% 폭증한 수치다. 블랙록 등은 당시 이와 비슷한 성장률을 기반으로 수년 내 미래 GMV를 예측해 EV를 산정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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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몇 달 뒤 블랙록 등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훨씬 많은 돈을 투자했다. 최소 기존 투자자들보다 쿠팡 성장성을 더 높게 예측한 셈이다. 손 회장은 쿠팡이 2014년 3월 시작한 로켓배송 시스템이 기존 사업자들과 차별화되는 독보적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소프트뱅크 투자금은 로켓배송을 위한 물류시스템과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을 채용하는데 사용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쿠팡의 성장성은 이후 매년 둔화하고 있다. 2015년과 (매출 1조1338억 원) 2016년 (매출 1조9159억 원)은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둔화했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69%로 전년 매출액 증가율 229%에 비해 160%포인트 낮아졌다.
물론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인 '고성장'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급격히 둔화되는 성장률은 기업가치 평가에 의문을 들게 한다.
쿠팡의 과제는 투자금이 바닥나기 전까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이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현 성장률 흐름으로는 매년 지속되는 대규모 적자를 감당하기 버겁다. 쿠팡은 매출확대에도 영업손실이 2014년 1215억 원, 2015년 5470억 원, 지난해 5653억 원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이 1조2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재무제표 상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600억 원 수준이다.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면 쿠팡은 추가로 자금 유치에 나서야 할 수 있다. 지난해 70% 수준의 매출증가율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배경이다.
쿠팡 측은 아직 여유 자금이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와 블랙록 등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이 1조5000억 원이 넘고 알려지지 않았던 기존 투자금도 있다"며 "자금 조달 필요성은 있겠지만 추가 유치를 못한다고 유동성이 경색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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