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06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시간에 걸친 '오픈북 테스트(Open Book Test)'. 각종 서적을 펼쳐놓고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지만 결국 평소 업무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빼곡히 서술해야 한다.과장직 진급 인사를 위해 승진 시험을 치르는 공공 기관이 있다. 바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인사 혁신을 위해 색다른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은 최근 과장급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자체는 별다를 게 없지만 진급 시스템의 변화가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농금원 측이 이번 인사를 앞두고 시험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구성원에게 또다른 스트레스를 안기는 '승진 고시'를 준비했다면 오히려 혁신에서 뒷걸음치는 조치다. 하지만 시험 문제의 면면을 살펴보면 암기식 단답형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펀드와 보험 등 학문적 내용을 묻는 게 아니라 역할 수행에 적합한지 가늠할 질문들로 시험지를 채웠다.
업계 관계자는 "농금원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문제 출제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며 "학문적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최대한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별도로 공부하지 않아도 풀 수 있지만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문제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농금원은 매년 인사 시즌마다 시니어 직급에서 내부 갈등이 고조된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였다. 과장이나 부장 자리는 한정돼 있다보니 승진이 누락된 당사자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기업과 공기업을 불문하고 어느 조직이나 겪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농금원은 이런 갈등을 때가 되면 겪어야 하는 진통으로 여기지 않았다. 내부 균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무엇보다 진급이 미뤄진 이들이 인사 결과를 납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맥 관리에 소홀했거나 몇몇 간부의 훼방으로 승진을 놓쳤다는 생각을 불만의 불씨로 본 것이다.
농금원 내부에서 토의를 거친 결과 승진 인사에 승복할 수 있는 시험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구성원을 괴롭히는 암기형 문제는 지양하기로 했다.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 조직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오픈북 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사실 농금원에서 해법 마련이 절실했던 건 갈수록 승진의 문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규모는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승진 TO(Table of Organization)는 좀처럼 부여받지 못했다. 연공서열에 따른 진급 시스템으로는 인사 적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농금원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한축을 담당하는 모태펀드 운용기관이다. 농식품모태펀드는 지난 6월 말 기준 8355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 초 김윤종 원장(행정고시, 34회)이 신임 수장으로 취임해 기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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