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헤쳐모여 카드'…지배구조 개편 총괄판 [미완의 원롯데 원리더]④분할합병·재합병·주식스왑 계단식 소유 강화, 롯데지주 발판
길진홍 기자공개 2017-08-10 08:31:03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1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너에 몰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주력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한 롯데지주 설립이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를 기반으로 지배정점인 호텔롯데로 올라가는 계단식 소유 개편 카드를 꺼냈다.분할합병에 이어 재합병과 주식스왑 및 상장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카드가 총동원된다. 한마디로 대기업 지배 투명성 확보와 총수일가 장악력 확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총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모태 롯데제과 축 쇼핑·칠성·음료푸드 '헤쳐 모여'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4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과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롯데는 이들 4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각각 분할하고,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기업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인적분할은 기존(분할)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존속법인이 되며, 나머지 3개사의 경우 사업부문이 존속한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남은 3개사의 신설 투자부문을 흡수 합병해 '롯데지주'가 출범한다. 오는 8월 29일 각 계열사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1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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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롯데지주는 롯데쇼핑 지분 11.8%, 롯데칠성음료 지분 19.3%, 롯데푸드 지분 22.1%를 각각 소유한다. 그룹 핵심 유통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거듭난다.
분할합병이 이뤄지면 각 사업회사간 순환출자고리가 끊어진다. 67개 고리가 18개로 줄어든다. 분할합병으로 발생하는 롯데지주와 대홍기획 간 신규 순환출자는 유예기간 내 주식 맞교환 등을 통해 해소할 방침이다.
주주구성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롯데지주 주구 구성을 살펴보면 신 회장이 지분 10.56%를 갖는다. 단일 주주로는 최대 규모다. 신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롯데정보통신(2.29%), 롯데장학재단(3.89%)을 추가할 경우 지분율이 16.74%로 불어난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총수일가 합산 지분은 20.93%이다. 분할합병 과정에서 교차지분 해소로 자사주 12.28%가 추가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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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출자로 롯데지주 과반 이상 지분확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을 더 늘려야 한다. 독자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일본 측 롯데지주 지분율이 약 21%로 신 회장 측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일본 롯데와 호텔롯데와 롯데알류미늄 등이 각각 지분 3.30%, 6.56%, 6.32%를 갖는다. 한국후지필름, 롯데건설, 부산롯데호텔 등도 일부 지분을 갖는다. 통합 지주 카드를 꺼냈으나 완벽히 일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설립 후 지배력 강화를 위한 후속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그가 보유 중인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각 사업회사 주식을 기반으로 주식교환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신 회장은 인적분할 후 존속하는 사업 회사 지분을 그대로 유지한다. 롯데쇼핑 사 13.5%, 롯데칠성음료 19.3%, 롯데푸드 2.0% 등의 사업회사 지분을 소유한다. 사업회사 지분 전량을 롯데지주에 현물 출자할 경우 지분율이 4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의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효과를 생각하면 일본 측 지분율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롯데지주는 각 사업회사 지분을 늘려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고 지배력이 강화된다.
신 회장은 분할합병과 지주사 설립에 이은 출자가 마무리되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롯데푸드를 완전 자회사로 거느린 통합지주의 과반 이상 지분을 보유한 단일 대주주로 거듭난다. 일본 입김에서 벗어나 유통 주력사에 대한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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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배주주, 그룹 핵심 진출 모범 사례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소유구도 구축은 한국 롯데 설립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지주는 신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롯데지주를 발판으로 한일 고리인 호텔롯데와 화학계열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유 측면에서 비지배주주가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지배 정점으로 들어가는 역사가 펼쳐진다. 국경간 계열 분리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 동안 국내 대기업 구조조정 역사에 없던 일이다. 과거 LG그룹 등 일부가 계열분리 후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으나 한일 하향식 구주조정이었다. 한일 분리를 모색 중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체제 정비는 신 회장 개인의 이해를 떠나 재계 지배구조 개선의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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